삶의 터전이었던 재래시장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또 "지금의 50, 60대가 세상을 떠나면 재래시장도 문을 내리지 않을까."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1996년 유통개방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한 해 50조 원에 달했던 재래시장 매출액이 32조 원까지 감소되었다. 이대로 간다면 일부 시장을 제외하고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고, 서민생활과 직결된 재래시장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2002년부터 지금까지 7천136억 원이나 시장 환경개선과 시설현대화에 쏟아부었다.
재래시장이 이렇게 어렵게 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다른 유통기관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럼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 구체적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상인들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손님을 기다려왔지 불러오지를 못했다."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상인들이 고객 욕구 파악, 홍보, 상품화 등의 마케팅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상인들이 시장위기 의식은 공감하면서도 시장을 개선하는 일에 동참해 주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원인이 되겠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이나 상인회가 나아갈 방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상인이 소비자의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인들의 전통적 의식 및 마인드가 재래시장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이 변하지 않는 한 재래시장 활성화 노력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소비자의 기호 및 욕구에 대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 그 조사 결과를 갖고 점포 및 시장운영을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시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이 소비자의 기호나 욕구 변화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소비자 욕구 파악 및 충족을 통해 그들로부터 크게 신뢰받고 있는 의정부 제일시장과 일본 고후쿠마치 상점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상인회를 중심으로 상인들이 힘을 모아야 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대구의 서남시장·동구시장과 경북의 영천시장이 상인들의 화합과 단합으로 성공을 이룬 대표적 사례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은 단체장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크다고 본다. 필자는 우리나라 100여 개 시장을 돌아보았다. 그 중 소비자들로 활력이 넘치는 시장은 전체의 3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한 시장들은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들의 관심이 많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특히 경북의 안동신시장과 전남의 장흥시장이 그러했다. 이들 시장은 군청과 시청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활성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지역민을 위한 '요리교실' 운영을 통해 시장이미지 개선과 장기고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바 있는 스페인의 보케리아 시장의 경우를 거울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유통기관들이 갖지 못하는 재래시장의 장점을 찾아내어 차별화, 우위화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소비자가 시장을 찾지 않는 것은 차별성이나 우위성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시장을 꼭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재래시장도 인근지역의 특성과 시장 여건에 맞게 전문화, 특성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래시장에 문화, 전통의 개념을 가미시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듦으로써 다양한 고객들을 시장으로 흡입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재래시장에는 '살거리는 있더라도 볼거리가 없다.'고 한다.
전남 함평시장은 시장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장 구조물을 함평지역 특성에 맞춰 나비 형태로 만들었다. 이곳은 시장 구조물 자체가 볼거리가 돼 지역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시장 관련 담당자의 적극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상인회 회장이 정부의 지원 내용을 잘 몰라 신청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지역에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소위 '명품시장'의 탄생을 기대하고 싶다. 이를 위해선 상인들의 의식 변화, 상인회의 결속력,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장흥섭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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