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방문 李·昌 두 후보 '천당과 지옥'

▲ 13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가 한 남성으로부터 계란세례를 받자 주위의 수행원들이 급히 모자를 쒸워 보호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13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가 한 남성으로부터 계란세례를 받자 주위의 수행원들이 급히 모자를 쒸워 보호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13일 오후 3시 20분쯤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군중 속에서 느닷없이 날아든 계란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계란 투척으로 이 일대가 갑자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구는 힘의 원천"이라며 기염을 토했던 그의 서문시장 방문 분위기를 '잡친' 순간이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 들렀을 때에도 그의 발걸음은 다소 무거웠고 표정도 그리 밝지 못했다.

자신의 대선출마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비판과 이명박 지지 발언으로 주춤한 형세였기 때문.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옛 사진을 둘러보면서 그의 공적을 칭송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대구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그의 표정은 조금씩 밝아지고 편안해진 듯했다. 오후 1시 월남참전전우회 주최로 열린 시국강연회에서 결단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출마신념을 밝혔고, 지지자들이 열렬히 화답하자 표정도 '확실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절정에 달한 건 오후 3시 서문시장에 도착했을 때. 1천여 명이 그를 반겨줬고 60, 70대 상인 및 시민들과 악수를 나눌 때는 표정이 환해졌다. 하지만 이도 잠시. 30대 청년이 계란을 투척했고 이 후보는 아수라장이 된 속에서 쓴 표정을 애써 감췄다.

머리에 계란을 맞은 뒤 모자를 쓴 이회창 후보는 꿋꿋이 서문시장을 다 둘러보고, 대구상공회의소 일정까지 소화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계란을 맞고 난 후 이내 평상심을 찾아 '계란 마사지 받았다.'고 웃으며 말했으며 전혀 동요됨이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14일 오전 '힘든' 대구 일정을 마치고 부산으로 떠나며 사진촬영하는 기자들에게 다시 평온한 표정을 보였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내내 속을 태웠던 이명박 후보는 12일 대구 방문 도중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 발언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 후보는 대구에서 구미로 향하는 도중 박 전 대표의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는 발언을 전해듣고 "고맙고 잘 된 일"이라며 한결 여유를 되찾았고,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보였던 비장하고 긴장된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12일 오전 한나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대구에서 새롭게 출발하자."며 참석자들을 다독이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은 듯했다. 박 전 대표의 지지발언에 수행하던 측근들도 기분이 한껏 고조됐다.

구미 '박정희 체육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필승결의대회 인사말에서도 이 후보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평소보다 더 큰 제스처로, 다소 격정적으로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또 "우리는 경선을 통해 박 전 대표와 같은 깨끗한 승복을 하는 크나큰 정치인을 만날 수 있었다."며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 같은 자신감은 동성로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예상보다 더 큰 호응을 보이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박종근 대구 선대위원장은 "박 전 대표의 지지 발언과 유정복 비서실장의 참석, 시민들의 호응 등으로 행사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회 동안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고, 대구를 떠날 때까지 여유로운 표정과 웃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박 전 대표의 '한마디'가 위력을 한껏 발휘한 시간들이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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