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혼은 사회문제이다

해마다 이혼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엔 유명 탤런트 두 쌍의 이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유행병처럼 번지기 시작한 이혼 풍조가 이제는 사회문제가 되고 말았다.

우리 나이 또래는 거의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선도 한 번 보지 않고 결혼을 했어도 모두들 팔자라고 여기며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끝내 헤어지지 않고 살아왔는데 요즘에는 대부분이 연애결혼을 하고서도 사소한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이혼을 한다고 야단이니, 남의 일이라고 보고 있기에는 나잇살이나 먹은 늙은이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나는 아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하루아침에 홀아비가 되었다. 아내가 살았을 때는 소중한 것도 모르고 그냥 무관심한 채로 지냈는데 내 곁을 떠나고 보니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인가를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어느 철학자가 인간은 벌판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했다더니 아내가 없고 보니 내 신세가 그렇게 되고 말았다.

같은 아파트에 내 아우가 살고 있고 내 딸이 가까이 살고 있어도 하루 종일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며 생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딸네 식구와 같이 2년쯤 살아봤다. 그동안 나는 나대로 딸의 눈치를 봐야 하고, 딸은 딸대로 남편과 아이들 눈치를 봐야 하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경이 쓰였다.

그때 마침 딸이 아파트를 마련했다고 하여 각각 따로 살기로 결심을 했다. 딸네 식구를 내어 보내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그럭저럭 밥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설거지도 잘한다.

나는 다행히도 시력이 좋은 편이어서 신문도 읽을 수 있고 책도 읽기 때문에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지만 우리 또래의 노인들은 거의 책을 읽지 않으니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벗삼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혼자 있다 보니 세상일에 관심이 좀 많아졌다. 그래서 이혼을 미연에 방지하는 법을 생각해보았다. 그 첫 번째가 대화를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대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부부가 대화를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기 말만 마구 쏟아 놓으니 감정이 상해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 두 번째는 말을 할 때 경어를 쓰지 않고 상대를 비하하거나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부부 싸움을 할 때는 말로 하기보다 글로 써서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말로 하면 상대방을 자극시키지만 글로 쓰면 감정이 여과되어 불필요한 욕설이나 상대를 헐뜯는 말을 쓰지 않기 때문에 글 속에 담긴 은밀한 내용까지도 서로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이혼 문제를 당사자의 문제로만 여기지만, 그것은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다. 부부가 헤어지면 그 자녀들의 장래는 누가 책임지는가. 설령 누가 맡아 기른다고 해도 그 자녀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

혼자 살면 무한대의 자유가 있는 반면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사람은 자유가 지나치면 방종에 휩쓸리게 되고 온갖 유혹이 손을 내밀어 타락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그 유혹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부부가 같이 있으면 서로 버팀목이 되어 어려움이 닥쳐와도 버티어 나가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힘겨운 일이다. 이혼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정재호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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