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송필란
청동빛 나신으로 선 여인상을 바라본다
양각의 젖가슴에서
음각의 허벅지까지
굴곡진 곡선들의 욕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육체에 갇힌 그늘은 그 빛보다 강렬한 법,
곡선이 구부러져 들어간
자궁 속에서
캄캄한 욕망의 덫을 치고
기다리는 여인들
먼 세월 육체의 길을 하염없이 헤매며
제 속에 꿈틀거리는 짐승들을 키워온,
지금도 그 덫 앞에서 망설이는 사내여
오늘밤 그대 몸속에 갇혀 있는 짐승들을,
낡은 고삐를 풀어, 황홀한 덫에 치이게 하라
화안한 육체의 그늘 속에서 몸부림치게 하라
섣부른 정형논리에 함몰되지 않는 시의식이 실험의지를 담보합니다. 과감한 이미지 구사로 성의 본질에 밀착해 가면서, 음각과 양각의 숨가쁜 충돌구조를 보여줍니다.
화자는 청동의 여성상에서 굴곡진 곡선들의 욕망을 발견합니다. 욕망은 육체의 그늘에 갇혀 있지만 기실 빛보다 강렬한 생명 에너지를 갖지요. 그 곡선이 구부러져 들어간 극점이 바로 자궁 속인 것. 원초적 여성성의 상징이자 신성과 마성이 혼재하는 곳, 자궁. 그곳에서 여인들은 캄캄한 욕망의 덫을 치고 기다립니다.
그 덫을 향해 사내들이 옵니다. 먼 세월 육체의 길을 하염없이 헤맨 사내들. 그들이 제 속에 꿈틀거리는 짐승들의 낡은 고삐를 푸는 데서, 이 작품이 내재한 격렬함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제, 황홀한 육체의 그늘 속에서 몸부림치는 짐승들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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