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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 74년 대구 사건 '판박이'

수법만 아날로그서 디지털로…"자성 계기 삼아야"

▲ 김포외고의 입시부정 사건이 1974년 대구의 전기고 입시부정사건과 흡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당시 매일신문에 보도된 문제. 정답이 고딕체로 표시돼 있다.
▲ 김포외고의 입시부정 사건이 1974년 대구의 전기고 입시부정사건과 흡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당시 매일신문에 보도된 문제. 정답이 고딕체로 표시돼 있다.

'입시 부정의 망령, 역사는 되풀이되나.'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 사건이 현직 교사와 사설학원장, 학부모가 짜고 저지른 대담한 범행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33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의 고교 입시 부정 사건과 여러모로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손으로 시험 문제를 직접 써 출제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입시 부정 수법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을 뿐 학부모의 비뚤어진 교육관과 유혹에 넘어간 교사의 부정이 맞아떨어진 합작품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는 것.

대구 고교 입시 부정 사건은 1974년 1월 말 당시 경북도교육위 주관으로 치러진 전기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터졌다. 4지 선다형 객관식 문제의 정답 문항은 고딕체로, 오답 문항은 비스듬한 서체로 표기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수험생들이 의혹을 제기한 것.

검찰 조사 결과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를 철판에 직접 쓴(筆耕·필경) 뒤 등사기로 프린트 하는 방식으로 시험지를 제작하던 당시, 담당 필경사가 전체 180여 문제 중 120여 문제의 정답 문항을 알아볼 수 있도록 서체를 달리하는 간 큰 방법을 쓴 것. 그 이면에는 필경사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뒤 이런 정보를 1인당 20만~25만 원씩 받고 학부모들에게 건넨 현직 중·고교 교사들이 있었다.

사건은 발생, 일주일여 만에 교사·학부형 등 12명이 구속되고 교육공무원 15명이 직위 해제되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됐고 재시험이 치러졌다. 특히 감독 소홀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도교육감이 고향집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면서 교육사에 유례없는 참극이 됐다.

이번 김포외고 입시 부정 파문도 수법만 현대화됐을 뿐 33년 전과 비슷하다. 출제 문제 중 여러 개가 특정 학원 프린트물과 일치한다는 의혹이 인터넷에서 먼저 제기됐고 수사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역시 의혹을 제기한 것은 학생 쪽이었다. 현재까지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포외고 입시홍보부장인 이모 교사가 지난달 30일 한 사설학원장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입시문제 38문항을 학원장에게 빼돌렸고, 학부모에게도 문제를 유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사는 인쇄용 견본 문제지가 출력되는 사이 시험문제를 몰래 USB메모리에 담은 뒤 노트북을 이용해 이메일로 전송한 것. 수법은 달랐지만 이번 사건 역시 입시의 공정성은 뒷전이고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불법을 감행한 교사, 학부모, 외부인(학원)이 한통속이 됐다는 점에서 33년 전 사건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병옥 대구시 교육국장은 "대구 고교 입시 부정 사건 당시 중학교 교사였는데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자 사회 각계가 충격에 빠졌고 자성과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며 "이번 김포 외고 사건도 교육계의 자성은 물론, 학부모들도 올바른 교육관을 되새겨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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