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장이 조용해지고 차분해졌다. 각 학교 재학생들이 집단으로 나와 밤새 자리 쟁탈전까지 벌이고 선배들을 응원하느라 시끌벅적 목청을 높이던 예년의 수험장 바깥 풍경이 몰라보게 조용해지고, 수험장 내에서도 구두를 신은 감독관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
실제 대구 달서구 원화여고와 경화여고 앞에는 재학생 수십 명이 몰려 선배들을 성원했으나 예년처럼 대규모 응원단이나 플래카드, 함성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학생은 플래카드를 준비해오고도 주위 분위기가 차분해 펼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경상여고 앞에 응원 나온 일부 학생은 플래카드 대신 호주머니에 접어 넣을 수 있는 A4용지 크기 종이에 '파이팅' 문구를 써 오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펼치지 않았을 정도. 대신 코코아, 녹차, 커피 등 따뜻한 음료를 보온병에 담아 와 선배들에게 대접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경화여고 앞에 응원 나온 홍설화·권수진(송현여고 2년) 양은 "지난해엔 플래카드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만들지 않고 대신 큰 보온병에 따뜻한 코코아를 담아왔다."며 "학교에서 아예 응원 자체를 못하게 해 다른 방식의 응원으로 코코아를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학교 교문 앞에선 여전히 '파이팅'을 외치는 학생도 일부 있었지만 예년에 비해 응원단 규모도, 구호 소리도, 횟수도 모두 줄었다. 구호를 외치고 나서도 주변이 조용해 오히려 눈치를 보며 민망해 할 정도. 수능일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대구시험지구관리본부가 14일 열린 감독관회의에서 수험생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감독관 유의사항을 제시하면서 '무음, 무취의 감독관'도 대거 등장했다. 듣기평가나 시험 때 감독관들의 구두 소리가 방해된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소리 나는 신발 신지 말 것' 등을 당부, 수험장 내 분위기도 예년보다 더욱 조용해진 것. 실제 경상여고 수험장의 경우 감독관 대부분이 슬리퍼 등 간편화를 신거나 다른 학교에서 온 감독관들도 고무 재질의 캐주얼화를 착용했을 정도. 또 진한 화장품이나 향수 냄새가 수험생에게 지장을 준다는 의견에 따라 화장품, 향수 등을 자제한 모습도 역력했다.
○…대륜고에 마련된 수험장에서 시험이 시작됐는데도 입실하지 않고 수험장 주위를 배회하던 한 학생이 시험감독관에 발견돼 상담. 이 학생은 "시험을 칠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어머니와 함께 수험장 앞까지 같이 오는 바람에 들어왔다."며 "괜히 산만하게 굴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교실에서 나왔다."고.
○…대륜고에서 수험표와 신분증의 이름이 다른 학생이 발견돼 한때 신원 확인을 하는 등 소동. 최모(18) 군은 최근 개명을 했지만 학생증은 고1 때 만들어 수험표의 이름과 다른 것이 시험감독관에게 적발된 것. 시험본부는 최 군의 학교에 연락해 이름이 변경된 사실이 확인한 뒤에야 시험을 치르도록 조치.
○…올해는 예년과 달리 고3 담임교사들이 아침 일찍부터 수험장 교문 앞에 나와 학생들을 격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간제 교사들이 주로 나와 격려를 했지만 제자들의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큰 힘이 안 된다는 학생들의 불만에 따라 올해는 고3 담당 선생님들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 한 교사는 "예년엔 기간제 교사들이 수험장 앞에 많이 나가 학생들을 응원했는데 학생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올해는 고3 담임 선생님들이 모두 나갔다."고.
사회1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