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곤 아동의 새 희망 '아동발달지원계좌'

매달 후원금 꼬박꼬박…만 18세 되면 사용

남편의 사업 부도로 진 빚을 갚느라 대구의 한 보육원에 중·고교생 아들 둘을 맡기고 식당일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김성자(가명·44·여) 씨. 김 씨에겐 지난 4월부터 '아동발달지원계좌(CDA) 통장'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CDA는 빈곤 아동의 후원자가 아동 명의의 통장에 월 3만 원 범위 내에서 후원금을 보내면 정부가 같은 금액의 돈을 입금시키고 성인(만 18세 이상)이 돼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 김 씨의 두 아들에겐 매월 3만 원씩 후원금이 들어와 지난 6개월간 36만 원이 CDA 통장에 쌓였다. 김 씨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젠 애들에게 대학 진학을 권유해 보기도 한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CDA가 빈곤 아동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9월 말 현재 대구의 CDA 가입 아동은 1천315명으로 모두 1억 9천45만 원의 금액이 적립됐다. 매달 아동들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누적 입금자도 1천301명(누적 비율 99%)으로 기부 문화 역시 일회성이 아닌 연속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부 행위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와 한국복지재단에 따르면 통장을 개설하는 아동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4월 말 1천220명이었던 CDA 가입 아동이 9월 말 현재 1천315명으로 8% 늘었고, 금액은 4월 말 매달 2천561만 원에서 9월 말까지 3천254만 원으로 27%나 늘었다.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3위 수준으로 CDA 대상 아동이 1천334명인 인천시보다 800만 원이나 더 많은 금액. 9월 말 현재 CDA 가입 아동의 저축 비율도 94%로 16개 시·도에서 4위다.

그러나 이 같은 CDA 가입 아동의 높은 누적금에도 불구, 한편에선 CDA 가입 아동의 저축률이 불안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원금이 소년소녀가장 가구나 장애인시설로 몰리다 보니 시설보호아동의 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 성인이 돼야만 돈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을 문제삼아 제도 신청을 거부하는 위탁가정도 적지 않아 대구 전체 위탁가정 248곳(6월 말 현재)중 25곳이 아직 신청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복지재단은 후원금이 부족한 지역에 일정액을 할당하는 '후원금 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박인주 대구시 여성청소년가족과 보육담당자는 "일반인의 기부문화 활성화와 함께 빈곤 가정이나 위탁 가정 역시 아동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설계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9월 말 현재 CDA 가입 아동이 2천97명으로 2억 9천669만 원의 금액이 모아져 16개 시도에서 7위를 기록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 CDA(Child Development Account:아동발달지원계좌): 보건복지부가 2007년 4월부터 만 0~17세까지 시설보호아동(장애아동 포함), 소년소녀가장, 위탁가정 아동 등을 대상으로 시행한 1대1 매칭 펀드 적금. 자금의 사용 용도는 대학등록금, 주거 마련, 취업교육비 등으로 한정되며 아동이 성인(만 18세 이상)이 돼야 시장과 군수의 승인을 얻어 사용할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