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다. 수도권의 탐욕이 도를 넘었다. 수도권 규제 해제도 모자라 정부 공모 국책사업마저 싹쓸이하고 있다. 엊그제 로봇 테마파크인 로봇랜드 예비후보지로 인천이 선정됐다. 이에 앞서 인천은 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을 이미 가져간 바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은 현재 도시 전체가 換骨奪胎(환골탈태)중이다. 본디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나 '천지 개벽'이란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대구'경북은 자기부상열차에 이어 이번 로봇랜드 공모에서도 탈락했다. 경북은 지난주 포항에서 지능로봇연구소 개소식까지 갖고 로봇랜드 유치에 총력을 쏟았지만 헛심만 쓴 꼴이 되고 말았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산업과 관련된 메카트로닉스를 선정한 대구 역시 귓밥만 아프게 됐다. 인프라 등 모든 조건에서 우위에 있는 수도권을 비수도권과 함께 경쟁시키는 국책사업 공모절차를 개선하지 않으면 비수도권은 앞으로도 희망이 없게 됐다.
비좁은 국토를 더욱 좁게 쓰는 나라, 相生(상생)은 없고 獨食(독식)만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수도권을 살리기 위해 비수도권을 죽이고, 수출 대기업을 위해 내수기업과 중소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다반사로 펼친다. 영남권이 오매불망 외치는 신공항 추진을 미적거리는 것도 인천공항 활성화가 명분이다. 가진 자의 탐욕이 끝 간 데 없으니 양극화 해소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은 비수도권과 달리 투자의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나타난다. 비수도권에 투자하면 인근 지역이 함께 잘살게 되지만 수도권은 저 혼자만 먹고 살 찌는 공룡이라는 얘기다.
분노하고 자학한다고 비수도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어차피 살아야 하고 견뎌야 한다. 그렇다면 분노만 앞세우기보다 지혜롭게,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구걸만 할 게 아니라 지방분권, 재정분권, 국책사업의 비수도권 우선 배정 등을 과감히 요구해야 한다. 그 기회는 선거뿐이다. 올 연말 대통령 선거와 내년 총선은 절호의 기회다. 2011년이면 수도권 인구가 전 국민의 절반을 넘어선다. 어쩌면 이번이 비수도권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먼저 표류 상태인 2단계 지역균형발전 관련 법안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한다. 2단계 지역균형발전 관련 법안은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한 수도권의 강력한 반대와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국회 관련 상임위인 산자위 통과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수도권 언론도 이에 가세해 '현실을 무시한 아마추어리즘이 낳은 엉터리 정책'이라며 법안 폐기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지방분권 관련 단체들은 서울에서 집회를 갖는 한편 1천만 명 서명운동, 전국 동시 다발 세미나 개최를 통해 관심을 촉구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대한민국의 '수도권 나리'들이 콧방귀도 뀌지 않는 데다 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에 '절실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악바리처럼 2단계 지역균형발전 법안에 제동을 거는 이유는 불문가지다. 유권자들에게 자칫 밉보이면 내년 총선에서 '낙선 거사'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의 '한나라당 작대기 의원'들은 그런 걱정이 없다. 대선 후보와 당내 유력 인사에게 눈도장만 열심히 찍어 공천만 받으면 되는 터에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는 게다. 침묵은 적극적인 방조이자, 동조다. 따라서 이들은 수도권 규제에 가장 극렬하게 반발하는 경북 영천 출신의 김문수 경기지사나 다름없다. 선거 때 주민등록지만 옮겼을 뿐 사실상 서울사람인 '김문수의 친구들'에게 지역구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릴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절실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선거를 통한 심판이다.
그러나 현재 대선 정국을 주도하는 야당 및 보수진영의 후보는 물론 범여권 후보들조차 비수도권의 悲願(비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다. 비수도권을 대변할 후보나 정당이 없는 것이다. 돌파구가 없을까. 지방분권을 실천할 수 있는 정당 창당이 그 대안이다. 새로운 지역주의라고 비난해도 좋다. '비수도권 연합 정당' 창당을 제안한다.
曺永昌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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