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영화배우 이대근

영화배우 이대근. 우직하게 잘생겼다고 표현해야 하나. 세월이 변해도 그는 달라진 게 없는 듯 해 보인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한 장면이 빠르게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아랫입술은 꽉 다물고, 두 손은 허리춤에 찌르면서 "아니~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 어어억~. 어허~ 고것 참. 내 성질을 건드리지 말란 말얏~" 이 한마디에 곁들여지는 그의 동작과 표정은 압권이다. 한동안 그의 이 명대사는 코미디언들 성대모사에서는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였다. "날 흉내내는 건 알아요. 예전에 한 코미디언이 찾아 왔어요. '선배님 흉내를 내면 뜰 것 같은데 해도 될까요' 하길래 허락을 했던겁니다."

그가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70년대 출연작품에는 '오야붕' 역할은 다 해봤다. 그는 우리나라 영화배우 중 처음으로 김두환 역할을 한 원조 배우다. '김두환1'2'3'4'5편', '거지왕 김춘삼', '시라소니' 등에 출연하면서 남자다움을 과시했다. 1979년 '대근이가 왔소', 2007년 '이대근 이댁은' 두 편의 영화는 아예 그의 이름을 제목에 넣었다. 드라마 '수사반장'에는 140회를 범인으로 출연했고, 400회 특집에도 그는 여전히 범인역할을 맡아 마지막으로 수사반장을 끝냈다.

그는 "영화배우로서는 안해 본 역할이 없을 정도이고,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를 자키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았다."고 털어놓는다.

"하루에 영화를 서 너 편씩 찍고 몸 생각을 안 할 당시에는 선배들이 날 항상 데리고 다니셨어요. 이제 그 역할을 제가 해야죠. '아~. 나에게도 자연인으로서 역할이 있구나' 생각하면 감사해요. 그래서 전국을 다니면서 후배'지인들을 만나요."

그의 파란만장한 50년 배우인생. 다시 태어나도 영화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해줄 것 같았는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다시 태어난다면 영화배우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세상이 연극이고 무대인걸요. 이제는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 이대근이고 싶어요. 얼굴에 분을 바르고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 배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싶은 겁니다."

한 시대를 영화와 함께 살아온 그는 "한 작품을 끝내고 유명세를 탔다고 배우에게 '스타'라고 지칭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아무나보고 스타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됩니다. 한정된 장르가 아니라 코미디, 멜로, 역사, 현대물 등 배우의 영역을 다양하게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해요. 스타는 시대가 지어주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그래야 그 빛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되는 거죠."

그는 남다른 자녀 교육열로도 유명하다. 미국을 241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자녀교육에 남다른 철학과 사랑을 담아냈다. 영화배우로 바쁜 세월을 보냈지만 세 딸 모두를 미국에서 키워내는데 애정을 쏟았다. 큰딸과 작은딸은 약학박사를 취득하고 FDA 고위직에 근무하고 있고, 막내딸은 교사로 근무중이란다.

그는 첫째 딸이 학위를 받던 날을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딸이 울면서 그러는 거예요. 어머니의 눈물이 아니었다면 학위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합디다.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서 집사람한테 얘기를 했더니 '당신 모르게 난 눈물로 애들을 키웠어요'해요.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모릅니다."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를 나온 그는 입학식날 교내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 문구인 '배우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라는 말을 아직도 마음속 교훈으로 담아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더 이상 안 해 본 역할이 없는 그가 마지막 말을 한다.

"이제는 자연을 셋트로 땅을 무대로 삼고, 해와 달은 조명이 되어 가족들과 마지막 홈드라마를 멋지게 찍고 싶은 게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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