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향숙의 고민지우개] 40대 남편 실직...

*고민있어요

최근에 남편이 직장을 그만 두었습니다. 다른 일을 알아보려 하지만 40대 중반인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집에서 소일하고 있으니 보는 저도 답답하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남매에게 화를 잘 낼뿐더러 사소한 일에도 저와 자주 부딪히곤 합니다. 저도 전업주부인지라 경제적인 문제도 걱정이고 이러다 영영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두렵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남편의 실직은 가족들에게도 적잖은 걱정을 동반할 것입니다. 더구나 가족의 생계를 남편 혼자서 짊어졌던 가정이라면 그 불안감은 더 할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많이 걱정되시죠?

막힘없이 쭉쭉 뻗은 도로상황에서도 어느 지점에선 갑자기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할 때가 있습니다. 도로에서야 다른 차선을 택하거나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은 정말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복병이라 할지라도 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침착하고 성숙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고난과 좌절의 시간일수도 있는 반면 제2의 인생을 맞이하기 위한 휴식과 준비기간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의미일수도 있지요. 후자의 경우가 되기 위해서는 가족 특히 배우자의 도움이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할 거예요.

경영위기상황에 봉착했던 어느 유명한 기업가는, '걱정 마세요.다시 방 한 칸에서 시작하면 되지요. 늘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세요. 당신을 믿어요'라는 아내의 격려로 말미암아 난관을 극복할 용기를 얻었다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위축감으로 움츠려진 남편의 어깨를 펴게 해 줄 사람은 바로 부인입니다. 그동안 가족을 부양하느라 힘들었던 남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도 바로 가족의 온기와 사랑입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지 않던가요. 이 기회에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건강에 대한 점검도 하고 삶에 대해 객관적인 조망도 하며 또 다른 내일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또한 그가 느낄 고통과 상실감을 공감해 주고, 남편의 강점을 찾아 지지하고 격려하여 자존감을 살려주어 정신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도우는 지혜가 필요할 듯합니다.

옆에서 지켜보기도 힘들겠지만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당사자입니다.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그의 방식대로 극복하도록 지켜봐 주며 용기를 잃지 않게끔 격려하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아내와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만이 힘든 그를 지켜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훗날, 그가 새로운 일을 함에 있어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 수입으로 평가하는 세속 적 잣대로 재단하지 말고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하고, 그로 하여금 가정과 사회에서 가치로운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세요.

배우자가 고통과 상처로 힘들 때 서로 기댈 수 있게 어깨를 빌려주는 것이 부부의 도리라 여겨집니다. 비록 지금의 상황이 힘들지라도 서로 격려하고, 지금까지 애 쓴 남편의 등에 얹힌 삶의 무게를 나누어지는 지혜도 요구됩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지요. 위대한 사랑의 힘을 아낌없이 발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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