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이런 유행 꼭 있다!

10년 전인 1997년 대선 때만 해도 유세장에 구름처럼 몰려든 청중들은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요즘은 유세장 자체가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용어가 됐다. 예전 유세장에서 막걸리를 왜 마시는 지도 의아스럽고, 악다구니를 쓰며 멱살잡이하는 모습을 담은 빛바랜 사진은 한 때 대선 흥행을 위해 이종격투기 시범 경기를 보여준 것인가 싶은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세상이 됐다.

지난 2002년 대선은 '네티즌 정치'의 원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당시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서 정치 댓글로 공방을 벌이고 사진 또는 동영상,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정치 패러디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일종의 UCC(User Created Contents)가 당시에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기타 치는 모습과 눈물 흘리는 장면 등을 편집했던 UCC는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서민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반면 다른 후보들은 네티즌들로부터 인터넷상에서 조롱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사이버 논객'들의 힘도 컸다. 당시만 해도 동영상보다는 글이 무기였다. 후보자 홈페이지와 언론사 홈페이지, 정치웹진의 게시판을 통해 이들 논객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 선동과 분석을 인터넷 바다에 쏟아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투표 운동도 인터넷으로 확산됐다.

세상은 다시 바뀌었다. 2002년 대선이 단순히 인터넷망을 활용했다면 올해 대선은 웹2.0 모드로 전환됐다. 인터넷 텍스트가 지배하던 2002년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동영상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당시 조악했던 UCC는 그저 보여주는데 그쳤던데 비해 이번에는 초고속인터넷망을 타고 블로그, 미니홈피, 카페 등으로 손쉽게 확대 재생산되면서 그 힘은 훨씬 강해졌다. 게다가 포털과 동영상 UCC 사이트에 카메라폰이나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손쉽게 동영상을 제작하고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무료로 제공된다.

동영상 UCC 포털 업체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카메라로 찍은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라는 셀프 인터뷰 코너를 마련했고, 2007 대선 UCC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플래시를 넘어선 3차원 동영상 패러디도 흥미롭다. 대선주자가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10대 소녀 그룹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를 추고, 유력 후보들끼리 서로 격투기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꼼TV'라는 이름의 대선 관련 패러디 뉴스를 직접 제작했다. 아울러 뉴스 중간광고로 'MB의 애간장을 태우는 바삭바삭한 그 맛, BBK 치킨. 미국에서 온 요리사 김경준. 그 맛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라며 이 후보의 BBK 의혹과 관련해 치킨 광고까지 패러디해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포스터 패러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문.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를 둘러싸고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영화 '바르게 살자' 포스터 패러디를 올렸다. 제목은 '예측불허 대선 강도극'. 가운데 선 이 전 총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다급한 표정으로 "대선 안 나오신다더니 왜 나오시나"고 외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패러디한 작품도 있다. '패배의 제왕, 창의 귀환-15대, 16대도 모자라 제17대도 패배?'라는 타이틀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스미골로 분한 '스미박' 이명박 후보는 "추석 전에 인사도 드렸는데…"라며 간곡히 대선 출마를 말리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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