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청소년 거리 문화

주말이나 쉬는 토요일, 혹은 명절이 끼인 연휴 기간 같을 때 도심 번화가를 나가보면 젊은이들로 거리가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복잡하다. 아니 요즘은 젊은이들이라기보다는 10대 중·후반의 청소년들이 거리나 상점·극장가·백화점들에 넘쳐난다.

무얼 하려고 거기에 모여 있는지 알 수 없는 청소년들이 손에 손을 잡고 여기도 저기도 보인다. 기성세대인 우리의 눈에는 그들은 방황하는 청소년들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이 모습이 바로 21세기의 10대, 20대인 청소년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영화를 보거나 특정한 쇼핑을 위해서가 아니라 또래의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있는 장소에 할 일이 없어도 속해져 있는 것…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세대… 바로 그들이 우리의 청소년들이다.

TV나 매스컴에서 말하는 부모-자식 세대 간의 대화 단절, 혹은 이해 부족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부모세대인 우리가 단지 우리의 청소년 시대만을 생각하면서 그들을 '과거'라는 우리에 가두려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성세대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랩 가사가 들어있는 힙합 노래에 맞춰 힙합 청바지를 입고 b-boy 댄스를 잘 추고 싶어하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그들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바로 우리들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영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서민-흑인 문화의 대표, 청소년들의 '길거리 농구'가 매스컴에서 다뤄지고 전국 대회 규모의 경연을 벌일 만큼 자주 다뤄졌는데, 요즘은 뜸해 보인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보게 되던 '인라인 스케이트' 붐 역시 요즘은 가족단위의 아주 어린 아동들의 스포츠로서만 볼 수 있게 되어버린 것 같다.

10대에서 20대의 청소년, 젊은이들의 문화는 새로운 것을 향해 움직이고 그들에게 맞는 무엇인가를 찾아 변화하고 있는데, 그 주변에서 청소년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경제적 안정(?)을 책임져야 할 후원 세대인 우리는 과연 얼마나 그들의 문화에 호흡을 맞춰가고 있을까.

무작정 우리 눈에 맞춘 '고급스럽고 좋은, 교양과 지식을 갖춘' 문화를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b-boy 든지 b-girl 이든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청소년 문화를 함께 즐기거나 경험해보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병배(첼리스트·대구음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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