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배영수를 선택했던 이유

결혼상대로 조건이 맞고 마음에 드는 배우자가 동시에 두명이 있다면 당신은 과연 과감하게 한쪽을 선택할 자신이 있습니까? 아마도 당신이 현실에서 이 문제를 직접 겪게 된다면 머릿속 저울의 추는 영원히 정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1995년 이승엽을 데려왔던 삼성 라이온즈의 최무영 스카우트는 1999년 여름이 끝날 무렵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곧 다가올 신인 1차 지명에 써넣어야 할 이름을 두고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서였다.

외관상으로 보면 당연히 장준관의 이름을 써넣어야 했다. 그해 대구상고의 장준관은 청룡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또 청소년대표로 뽑히면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고 대학은 물론 프로구단과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던 터였다. 1차 지명을 하지 않으면 분명히 다른 구단에서 가로챌 것이고 후에 그가 뛰어난 투수로 성장한다면 책임을 떠나 후회가 막심할 일이었다. 주변의 의견도 장준관 쪽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미래를 어찌 알 수 있으랴. 인지도나 당장의 기량에서 앞서 있어 쉽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최무영 스카우트의 마음 속에서는 자꾸만 말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경북고 배영수의 딱 벌어진 어깨였다. 그가 공식 면담차 처음 배영수를 만난 곳은 다름아닌 학교 앞 헬스클럽. 벗은 몸매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역삼각형의 상체와 어깨를 본 순간 무한한 잠재력을 느꼈다.

이후 진행된 면담에서 그는 또 한가지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식이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너무나 강했다. 신체 능력에다 집념도 강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보였다. 그러나 배영수는 별다른 성적표가 없었다. 재활훈련으로 거의 1년을 보냈고 간간이 등판은 했지만 빠른 직구 스피드 외엔 안정된 피칭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장 실전 등판도 가능한 장준관 대신 장래성만 보고 배영수를 지명한다는 것은 어쩌면 모험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최종보고를 몇시간 앞두고 그는 스카우트로서의 경험을 믿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눈앞의 이익보다 장래의 안목을 보는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었다.

결국 삼성은 6개월을 숙고해 보고한 최무영 스카우트의 결론에 따랐다. 장준관은 2억8천만 원을 받고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배영수는 2억5천만 원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년 안에 연 5승 이상을 거두면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옵션에 의해 입단 첫해 승수가 없었던 배영수는 이듬해 2001년 13승을 거둬 1억 원을 더 받았다. 전례는 대개 1년이었지만 배영수와의 계약 때 최무영 스카우트는 굳이 2년으로 정해 주었다. 그것은 배영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결국 배영수는 삼성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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