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해외진출의 그늘=지역 일자리 감소

차부품업체 잇단 해외 공장 신설

단일 제조업체로는 대구에서 가장 큰 한국델파이. 이 회사는 1천만 달러, 우리돈으로 1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해 중국 창쑤시에 발전기 조립공장을 만들기 위해 최근 공장부지를 매입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까지 얻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발전기는 상하이GM에 납품된다.

중국 창쑤시에 만들어지는 공장은 이 회사의 2번째 해외 생산법인. 한국델파이는 태국에도 현지 법인을 갖고 있으며 태국보다 훨씬 더 큰 공장을 중국에다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급락 여파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업체가 올들어 급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로 나가는 업체는 대구·경북지역 주력업종으로 성장한 차부품업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베트남 진출설'이 불거져나오고 있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라인의 베트남 이전까지 실제 가시화하면 부품업체 제조라인까지 연쇄 이동, 지역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대구지점은 전국 지점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수출입 기업에 대한 지원실적이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출입은행 대구지점이 대구·경북지역 수출입 기업들에 대해 지원해 준 자금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은 '해외투자자금'. 지역 기업들이 해외 현지 생산공장을 새로 만들 때 빌려가는 돈이다.

올 해 수출입은행 대구지점을 통해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에 지원된 해외투자자금(연말까지 지원 예정분 포함)은 모두 1천170억 원(40여 개 업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37개 업체·530 억 원)와 비교했을 때보다 2배나 더 많다. 2005년(410억 원)에 비해서는 3배 가까이 불었다.

해외투자는 차부품업체들이 앞장 서고 있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는 물론, 해외의 완성차업체들도 신흥시장을 따라 생산라인을 신설하면서 이에 발맞출 수 밖에 없는 것.

에스엘(주)은 미국·인도·중국 현지법인 투자를 위해 올해 6천500만 달러의 해외투자자금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았고, 평화산업(주) 역시 인도 법인에 대한 운영·시설자금이 필요해 1천800만 달러를 수출입은행에서 받아갔다.

동원금속(주)도 미국 및 슬로바키아 공장에 대한 시설자금 투입 등을 위해 각각 400만 달러와 110만 유로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올해 해외투자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의 90% 이상이 차부품업체다.

이성준(수출입은행 대구지점) 팀장은 "해외로 진출하는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전국 지점 가운데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해외투자자금의 신장세가 컸기 때문이며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해외투자자금의 경우, 달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안팎, 다른 수출자금도 원화를 기준으로 할 때 시중은행보다 0.5~1%가량 이자가 저렴해 기업들이 해외투자 또는 수출입 자금을 받아갈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할 때 주거래은행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해외투자금은 수출입 은행 집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4일까지 수출자금(수출기업이 원자재·설비구입 등을 위해 빌려쓰는 돈)은 지난해 1년치(6천590억 원)보다 소폭 증가한 6천900억 원, 수입자금(수입업체가 수입대금이 부족해 빌려쓰는 돈)은 같은 날까지 지난해 1년치(2천615억 원)보다 소폭 감소한 2천290억 원이 지역 기업들에 지원됐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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