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산 붐'의 어두운 그림자 '산악사고'

'빨리빨리' 욕심내다 목숨까지 '빨리빨리'

▲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산악사고가 잇따라 등산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을 하기 전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산행 전이나 도중에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음)
▲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산악사고가 잇따라 등산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을 하기 전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산행 전이나 도중에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음)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을 이루던 지난달 28일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오후 5시 20분쯤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마치고 금은광이 부근을 지나던 ㅎ씨(45)가 심장에 통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다. 119구급헬기가 급히 출동, ㅎ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지고 말았다. 같은 날 오전 10시쯤 대구시 동구 팔공산 동봉 부근에서는 등산객 ㅈ씨(41)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3일에는 성주 가야산에서 50대 등산객이 산행 중 목숨을 잃었다.

무리한 산행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장년층들이 급증하고 있다. 10, 11월 단풍철에 산행을 하다 호흡곤란 및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가 다발함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경보를 발령하고, 등산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장년층 사망자가 압도적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산에 오르다 숨진 사람은 27명. 이 가운데 40대 이상 사망자가 전체의 92%인 25명을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를 보면 사망자 27명 중 60대가 10명으로 가장 많고, 40대와 50대는 각각 6명으로 40대 이상 사망자는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이 기간 중 전체 산악사고도 크게 늘어났다. 산악사고 발생건수는 557건(하루 평균 15건)으로 8월과 9월 하루 평균 9건보다 66% 증가했다. 요일별로 보면 토요일이 181건(32%)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일요일로 나타났다. 사망자 대부분(16명)은 집 근처 뒷산을 오르다가 변을 당했고 호흡곤란이나 현기증 등으로 사망한 사람이 전체 27명 중 18명(67%)에 이르렀다.

◆무리한 산행이 화(禍)를 부른다

실족이나 미끄러짐으로 인한 추락사보단 신체상태를 감안하지 않은 잘못된 산행으로 인한 심장마비 등의 사망사고가 많다.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장년층 산악사망사고가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아침저녁 큰 일교차와 급격한 기상변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산에 오르기 때문.

특히 장년층의 무계획적인 장거리 산행은 금물이다. 40대 이상 장년층은 산에 오르면 평상시 쓰지 않던 신체부위의 무리한 사용으로 쉽게 지치고 체력소모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장년층의 사망사고는 체력이 떨어지는 하산 중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장병호 대구등산학교 교장은 "즐거운 레저인 등산을 하다 귀중한 목숨을 잃어 매우 안타깝다."며 "산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태도와 남들보다 빨리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경쟁심에 무리한 산행을 하는 것이 사고를 부른다."고 분석했다. 산을 가장 잘 오르는 사람을 기준으로 정하고, 이 사람의 템포에 맞춰 무리하게 산을 오르다 보니 지병 등 평소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물론 건강했던 사람들도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장 교장의 얘기다.

여기에다 일교차가 큰 요즘의 날씨도 산악사고를 부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온이 전날보다 섭씨 10도 이상 떨어지면 심장마비 발생 확률이 13% 증가한다는 한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산에 대한 경외심 가져야

산악사망사고를 예방하려면 산행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 준비운동은 물론 산행에 필요한 물품 휴대가 필수적이다. 고혈압 등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은 미리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과음이나 흡연도 자제해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준비하고, 탈수증 예방을 위해선 오이나 당근, 귤 등 수분과 비타민을 공급하는 과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강풍이나 눈 서리 등에 대비해 방수·방풍용 옷을 준비하고 젖었을 때 갈아입을 수 있는 여벌의 옷도 챙겨야 한다. 낙엽이 쌓이면 길을 잃기 쉬워 지도와 랜턴도 준비한다.

그리고 산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 것이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 장 교장은 "등산 인구가 1천500만 명을 넘으면서 주말마다 산을 찾는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며 "하지만 산에 대한 경외심이 없다 보니 남보다 빨리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경쟁 산행에 치중, 심장마비 등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장병호 대구등산학교 교장이 조언하는 산악사고 예방 10계명

-등산로나 날씨 등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라.

-산행 전 15분 이상 목, 허리, 무릎, 발목 부위 등의 준비운동으로 경직된 근육과 인대 등을 이완시킨다.

-고혈압 등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미리 점검한다.

-짐은 적게 하고, 손에는 물건을 들지 마라.

-자신의 체력과 능력을 과신하지 말라.

-최소한 일몰 1시간 전에는 산행을 마쳐라.

-긴급상황을 대비하여 체력의 3할을 남겨두어라.

-일행 중 가장 느린 사람을 기준으로 움직여라.

-강풍이나 눈, 서리 등이 내릴 것에 대비해 방수·방풍의를 준비하고 옷이 젖었을 때 갈아입을 수 있는 여벌의 옷도 챙긴다.

-예비식량이나 예비장비, 비상약 등을 꼭 챙겨라.

▨ 고혈압·당뇨질환자의 등산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은 산행 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출발 전에 수축기 혈압이 175㎜Hg, 이완기 혈압이 110㎜Hg 이상인 경우는 등산을 피하는 게 좋다. 당뇨 또한 합병증이 있거나 혈당 200㎎/㎗ 이상인 경우 마찬가지다. 또 이들 질환자는 등산할 때도 가볍게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오르도록 한다.

산행 후에도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 신체 리듬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등산 후 피로와 통증을 없애는 방법으로는 냉온탕 요법이 권할 만하다. 먼저, 뜨거운 물속에서 3분여간 몸을 충분히 데웠다가 찬물에서 짧게 몸을 담갔다 다시 뜨거운 물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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