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기사가 모자라요" 택시·대리운전 인기 확산

손가락 마디마디가 나온 짧은 목장갑과 갈색 빛깔을 내는 선글라스를 쓴 개인택시 기사 정말순(가명·56·여) 씨. 택시에 오르자마자 손님이 원하는 방향의 길을 묻는 그는 택시 운전 경력 14년차 베테랑 여기사다. 여자 택시기사가 거의 없었던 1993년 그는 과감히 법인택시 기사란 직함을 달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가 택시를 선택하게 된 것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등지면서부터. 당시 초교생이었던 남매를 키우며 1일 2교대, 2일 3교대를 마다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온 그는 결국 4년 전 꿈에 그리던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게 됐다. 14년 동안 여자의 몸으로 택시 기사의 외길을 걸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법인택시를 할 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가 남다르고 시비나 싸움에 휘말리는 횟수가 남성에 비해 적으니까 택시회사에서도 인정을 해 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여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고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 가장이 늘면서 운송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남성 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절하고 시비나 싸움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자 여성 기사를 선호하는 택시회사까지 늘고 있는 것. 실제 대구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택시조합)에 따르면 1997년 70명 남짓했던 여기사가 올해 150명으로,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권성배 택시조합 실장은 "밤낮이 없고 거친 손님이 많은 직업인데도 여기사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성 운전자들이 여성 대리운전자를 선호하면서 대리운전 업계에서도 여성 기사들이 덩달아 늘고 있다. 실제 대구의 한 대규모 대리운전 업체의 경우 전체 기사 중 10% 정도인 150명이 여성이다. 회사 이름에 여성이라는 명칭을 넣은 'Y 대리운전' 업체의 경우 대리운전 기사 요청 중 30%가 여기사를 찾는 전화라는 것. 이에 이 업체는 규모가 커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있는 업체들과 공동으로 '여기사'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여성 대리운전자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따로 있었지만 최근엔 인력 공급이 유연화되면서 어느 업체에서나 여기사들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며 "여기사가 모자라 어쩔 수 없이 남자 기사를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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