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정치 때문에 소란해도 가을은 어김없이 깊었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 긴 것 같다. 교외로 나가 보니 사과나무마다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다.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이탈한 후 우주 속으로 둥실둥실 날아가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해 내었다고 하는데, 경영에 종사하는 사람은 사과나무에 사과 열린 것을 보니 경영의 기본 원리가 다시 한번 생각난다.
사과나무에 맛있는 사과가 탐스럽게 달려 있는 것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놀랍게도 사과나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아니다. 사과나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자기의 씨를 멀리 많이 퍼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운명으로 태어나 단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는 사과나무로서는 씨를 퍼뜨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동물이 자기의 씨를 운반해 주는 것이다. 동물이 맛도 없는 씨를 물고 몇 킬로미터씩 이유 없이 이동할 것 같지 않으므로 과육으로 씨를 포장하여 일단 먹을 것을 제공하고 이에 더하여 색깔도 예쁘게 만들어서 얼른 동물의 눈에 띄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동물들이 사과를 통째로 먹고 멀리 가서 배설하면 그곳에서 사과씨가 묘목이 되고 사과나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보는 예쁘고 탐스럽고 맛난 사과이다.
사과나무가 채택한 전략은 단순하고도 아름답다. 배고픈 동물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행동이 먼저 일어나게 하고, 그 결과 자기의 씨를 멀리 퍼뜨리게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목표 삼는 것은 자기의 씨를 멀리 많이 퍼뜨린다는 이기적인 것이지만, 그 방법으로 채택한 전략은 남을 먼저 도와준다는 것이다.
야생에서는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므로 맛있고 영양 많은 과육을 만들어낸 것이다. 남을 먼저 돕는다는 것은 이타적인 행동이다. 얼른 보아서는 전혀 이기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타적인 행동은 결국 자기를 잘되게 한다. 가장 이기적인 행동이 이타적인 행동이다.
큰 돈을 번 위대한 사업가들이 밟았던 길 역시 이타적인 길이었다. 개발 시대의 영웅들인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같은 분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의 축적에 있었겠지만 그들이 택한 방법은 도로의 건설이나, 생필품의 공급, 수출을 통한 고용과 국부의 증진 같은 이타적인 것이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면 사회는 반드시 돈으로 보상한다는 명제는 항상 옳다. 오늘 사회를 예로 들면 사회는 좋은 교육서비스를 원하는데 정부가 이 수요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므로 이러한 결핍의 틈새를 뚫고 들어간 것이 사설 학원 사업이다.
사설 학원을 차리면 돈을 벌 가능성이 많은 것이 이런 이유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오늘 이 시대에 우리들의 생활에 꼭 필요하나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이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면 사회는 돈으로 보상한다. 그러나 보상받을 돈이 먼저 생각나서는 안 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골똘히 생각해야 한다.
경영학에서 논의되는 것은 대개 정치의 영역에도 적용된다. 정치란 원래 누가 경세제민의 대업을 담당하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정치 행위의 최종 소비자이자 고객인 오늘의 유권자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나 아직 채워지지 않는 것을 발견해내고 이를 채우겠다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위에서 풀이한 바에 따라 생각해 보면, 정치인의 주장이 이타적이냐 이기적이냐 하는 것이 좋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자기를 희생하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일 것이요, 아무리 들어보아도 주장의 근본에 사회와 국가를 이롭게 하기보다는 자기를 더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많은 듯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사람이다.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데 골몰하면서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해 줄지에 관해서는 어물쩍 넘어가는 사람이나 집단에 이르러서는 또 무슨 말을 더 보태리오!
김연신(한국선박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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