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래 가구 추이'로 본 향후 주택 수요는?

사람도 없는데 집만 늘어나네?…가구수 늘어나 수요 있답니다

'앞으로도 집을 계속 지어야 할까.'

지난 몇 년간 대구·경북 지역에도 '아파트 열풍'이 몰아치면서 도심 노후 주거지와 외곽 택지에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저 많은 집에 누가 살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10여 년 째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각종 경제 지표에다 줄어드는 인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분양 아파트를 감안하면 '주택 공급 과잉'은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 듯하다.

그러나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5~2030년' 장래 가구 추계 통계를 보면 대구·경북 지역은 인구는 줄지만 가구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독신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증가하는 가구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2024년, 경북은 2020년까지 가구수가 증가한 뒤 점차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다.

현재 대구 지역 가구수는 81만8천 가구. 2014년까지는 매년 4천~5천 가구씩, 이후로는 1~2천 가구로 증가 속도가 줄어든 뒤 2025년부터는 매년 2~3천 가구씩 감소하게 된다.

가구수가 정점에 이르는 2024년 대구 지역 예상 가구 수는 86만7천 가구로 현재보다 5만 가구 정도가 늘어나며 올해 기준으로 95만6천 가구인 경북은 2020년 98만4천 가구까지 증가한 뒤 2030년에는 현 수준인 95만6천 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서울·경기.인천 지역 가구수는 2030년까지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며 이에 따라 전국 가구 수 추이도 현재 1천641만7천 가구에서 2030년에는 1천987만1천 가구로 늘게 된다.

한편, 가구 당 구성원수도 줄어들게 된다.

올해 대구 지역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93명으로 지난 2005년에 비해 0.07명이 줄었으며 2020년에는 2.55명, 2030년에는 2.38명까지 줄며 노령 독신 가구가 많은 경북은 같은 기간 2.60명에서 2030년에는 2.20명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북은 전국 16개 시도 중 가구당 인구 수가 가장 적으며 울산은 2.98명으로 구성원수가 가장 많다.

◆늘어나는 독신가구

10~20년 뒤에는 가구 구성원 형태도 급격한 변화를 보일 전망이다.

2007년 기준으로 대표적인 가구 유형은 '부부+자녀가구'로 국내 전체 가구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30년에는 33.8%로 비율이 감소하며 대신 1인 가구와 부부가구 비율이 20%, 14.2%에서 각각 23.7%와 20.7%로 증가하게 된다.

물론 대구, 경북 가구 구성도 이 같은 추이를 따르게 된다.

'부부+자녀' 비율이 45.7%로 비교적 높은 대구의 경우 2030년에는 38.1%로 줄며 1인 가구는 15만 가구(18.3%)에서 18만7천가구(21.9%)로 3.7% 포인트 증가하며 70~80년대 전형적 가구 구성 형태였던 3세대 가구는 6.9%에서 6.1%로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 지역은 34.2%인 '부부+자녀' 가구가 2030년에는 22.2%로 대폭 감소하는 반면 부부가구와 1인 가구는 21.2%와 24%에서 각각 29.9%와 28.4%로 늘게 된다.

노인 가구 증가 영향으로 가구주의 연령 계층도 고령화 현상을 띌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대구는 40~64세 사이 가구주 비율이 57.7%, 39세 이하가 27.8%, 65세 이상이 14.5%이지만 2030년에는 40~64세 사이 가구주는 49.9%, 39세 이하 가구주는 15.7%로 감소하지만 65세 이상 가구주는 34.5%로 두 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경북도 65세 이상 가구주가 현재 24.7%에서 39.5%로 느는 대신 40~64세 이하 가구주는 50.2%에서 47.2%로, 39세 이하 가구주는 25%에서 13.3%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선진국의 독신비율은 미국은 27.3%, 일본 29.5%, 독일 37.5% 등이다.

◆향후 주택수는

가구수 증가 추세만 본다면 주택 수는 향후 10여 년 간은 지속적인 증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 지역 주택 보급률은 93% 수준이며 내년도에만 3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어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2~3년 내로 10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북은 이미 100%를 넘어선 상태.

대구시 관계자는 "통상 주택 보급률은 110%를 넘어서야 주거 안정도가 확보되며 선진국의 경우 120%를 넘어서는 국가가 많다."며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아직 주택 공급량은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신 가구나 2인 가족 증가로 주택 평형이나 구조 등 소비 패턴은 상당한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중소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단독보다는 주거 편의성이 뛰어난 공동 주택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또 노인이나 여성 독신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자가 소유보다는 전·월세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추세를 따진다면 지난 몇 년간 분양 시장을 주도했던 중대형 아파트의 몸값은 향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 지역 아파트 평형 대별 구성을 보면 80㎡ 이하가 20만 가구, 80~100㎡은 5만 3천 가구, 100~130㎡ 평형대가 9만 2천 가구, 131㎡ 이상은 3만 7천여 가구였지만 지난 2005년 이후 분양 시장에서 100㎡ 이하는 10% 이하로 줄었으며 131㎡ 이상 중대형 비율이 35%로 높아졌다.

분양 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앞으로의 가구 구성원 추이를 본다면 분양 시장도 중소형 위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1인당 주거면적이 우리보다 훨씬 넓은 것을 감안하면 향후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수급 시장에서 중대형 평형 공급 물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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