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소득층 생활안정자금 '빛 좋은 개살구'

쥐꼬리 만큼 빌려주면서 보증 세우고 동장추천서…

저소득층 주민의 생계를 돕기 위해 도입된 '생활안정자금'이 융자 조건 및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한데다 금액도 적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와 비슷한 지원 사업이나 제도도 적잖아 중복 지원에 따른 예산 낭비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생활안정자금은 정부가 1996년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게 생계자금, 사업자금, 전세금,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해주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가구당 1천만~2천만 원까지 연리 2,3%로 지원하는 제도.

그러나 문제는 융자 신청자가 대부신청서를 작성해 거주지 동장의 추천과 함께 금액에 따라 1, 2명의 연대보증인을 세우거나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 저소득계층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신용불량자인 경우가 상당수여서 보증인을 찾기가 힘들거나 보증보험에 들 형편도 되지 않기 때문에 융자상환을 위한 보증인 제도가 있는 한 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게다가 융자금을 2년(2년 거치, 2년 상환)이 지난 뒤부터 갚아야하는 것도 큰 부담이 돼 지원된 자금 상당수가 제때 상환되지 않고 연체되고 있다는 것. 실제 96년 이후 올 현재 연체금액은 모두 93건, 3억 원에 이르고 있다.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는 "보증인을 구하지 못해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융자액도 적어 실용가치가 떨어진다."며 "사업비를 모두 쓰지 못하고 있지만 없앨 수도 없어 골칫거리"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올해 사업비는 모두 90억 4천500만 원이지만 집행된 금액은 21건 2억 2천500만 원(2.48%)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와 수성구는 올해 사업비가 각각 11억, 19억 5천만 원이었지만 집행건수가 한 건도 없었고, 동·남·북구 2건, 서구도 3건에 그쳤다. 특히 달성군은 제도 실효성을 이유로 올해 아예 예산 책정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로 비슷비슷한 제도가 쏟아지면서 중복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자금은 연리 2%로 4천만 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을 최대 6년 장기분할 상환, 생업자금도 2천만 원 이하의 대출을 3% 고정금리로 5년 거치, 5년 상환으로 정하고 있어 생활안정자금과 중복되고 있다. 반면 생활안정자금, 전세자금, 생업자금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모두 달라 업무 효율화에도 문제가 많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생활안정자금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증인 제도를 없애고 상환기간도 늘려 저소득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효율적이고 유연한 방향으로의 조례 개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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