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훈은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을 자전거로 달렸다. 자신이 타고 다녔던 자전거에 '風輪(풍륜)'이라는 낭만적인 이름도 붙여주었다. 그 자전거로 태백과 소백'노령'차령산맥을 넘고 남쪽 바다까지 달렸다고 한다. 만경강 갯벌 도요새의 群舞(군무)도, 동진강 하구의 갈대도, 고성군 죽암의 산불 현장에서 새순이 돋는 모습도 보았다. 눈 덮인 겨울의 도마령을 바람처럼 내려가는 한 장의 사진은 그 자체로 멋진 풍경화다.
세계적인 웰빙 바람과 친환경적'생태적 삶을 선호하는 세칭 로하스(LOHAS)족이 늘어나면서 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전거 운동족, 하이킹 동호인들도 흔히 볼 수 있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1980년대 마이카 붐 이후 가파르게 늘어난 '차'는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차량 등록 대수는 지난 8월 20일 현재 1천600만 대로 1997년 7월 1천만 대를 넘어선 지 10년 만에 600만 대나 급증했다. 한국은 세계 13번째 자동차 보유국이 됐다. 지구 온난화에 우리 책임도 적지 않다는 말이 된다.
최근 남극과 아마존 지역을 찾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환경 재앙을 경고했다. 이런 점에서 서구 각국의 자전거 붐은 새로운 환경운동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특히 파리 시의 공용 자전거 임대제도인 '벨리브(Velib)'는 주목할 만하다. 자전거 주차장에서 빌려 사용한 후 목적지의 주차장에 반납하는 벨리브는 지난 7월 자전거 1만 600대, 주차장 750곳 규모로 처음 등장했다. 요즘은 하루 평균 임대 횟수가 10만 회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 높다. 올 연말엔 자전거 2만 600대, 주차장 1천451곳으로 대폭 확대한다고 한다. 이를 벤치마킹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바이싱(Bicing)'도 예상외의 호응으로 내년 봄 규모를 4배나 늘릴 계획이라 한다. 뉴욕'모스크바 등 각국의 대도시들도 제도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도 내년에 벨리브 시스템 같은 공용자전거제도 시범 실시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그린 시티'를 표방하는 대구도 제도 도입을 한번 생각해봄직하지 않을까. 환경위기시계는 인류의 생존 불능을 의미하는 12시까지 겨우 2시간 29분 남았다. 제2, 제3의 풍륜들이 대구 도심을 달리는 장면, 상상만으로도 싱그럽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