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온통 '김경준' 뿐이다. 각 후보는 김경준 씨 빼고는 할 말이 없는 사람들 같고, 각 당 또한 김 씨 문제에만 죽기살기다. 정책이고 비전이고 숫제 걷어치워 버렸다. TV는 하루종일 김경준 씨 관련 뉴스를 불어대고, 신문 역시 도배를 하고 있다. 그러니 유권자들도 덩달아 김 씨 소식에만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BBK 의혹' 이슈화에 총력을 쏟은 범여권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검찰은 어제 김 씨를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구속했다. 외국인 투자설을 퍼뜨려 주가를 조작하고 22차례에 걸쳐 회사돈 384억 원을 횡령했으며, 미국 여권 7개와 미국 법인설립인가서 19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4년 전 미국으로 달아날 당시와 달라진 게 없는 혐의다. 경우에 따라서 무기징역까지 갈 수 있는 중죄다. 이런 사기범이 지금 한 달 뒤 치러질 17대 대선을 쥐고 흔들고 있다. 수사를 지켜보아야겠지만 어찌하다 한국 대선은 매번 이런 식인가.
5년 전에는 김대업이라는 인물이 대선을 한판 사기극으로 몰아넣었다. 교활하게 지어낸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유권자를 속이고 승패를 갈라놓은 것이다. 이번 상황과 똑같이 '의혹 제기'에 이은 '검찰 수사' 코스로 대선 판이 굴러갔다. 1997년 15대 때는 김대중 후보의 거액 비자금 의혹 폭로와 그에 대한 검찰 태도가 여야 후보의 명운을 결정지었다.
민주화 이후 직선으로 바뀌고 어느덧 다섯 번째 대선을 치르고 있다. 어떤 분야이고 20년이 흘렀으면 충분히 자리를 잡았을 세월이다. 그런데도 대선 풍토는 한 발짝도 성숙하지 못한 채 오직 네거티브 한방에 목을 매고 있다. 대선마다 의혹 드라마로 재미를 보려하고 또 결판이 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이런 비정상적 선거 판 속에서 속절없이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 신세가 가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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