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43)경주

겨울 유혹이 시작됐다

가을이 위태롭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던 단풍나무는 나뭇잎들을 정리해고하고 있다. 이제 동장군이 쳐들어온 것이다.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한다는 동장군. 주말·휴일 나들이도 위기를 맞는 것일까?

하지만 겨울에도 좋은 곳이 있다. 경주! 사시사철, 계절마다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곳. 겨울에도 경주는 나들이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얘들아, 역사공부 시켜주마

다가오는 주말(24일)은 초·중·고교생들이 학교를 쉬는 이른바 '놀토'. 늦잠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간식 몇 가지 챙겨서 경주로 떠나보자. "신라 천년을 하루 만에 섭렵해주겠다."며 아이들을 꼬드겨서.

우선 대릉원부터 들러보자. 천마총을 비롯해 미추왕릉, 황남대총 등 23기의 능이 밀집해있는 곳. 특히 자작나무로 만든 말다라에 그려진 천마도와 함께 금관·금제허리띠 등 국보급 유물 수십 점이 발굴된 천마총은 능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어 신라인의 무덤 형식과 문화를 잘 살펴볼 수 있다.

바로 부근에는 신라의 궁성이 있던 반월성, 조선 영조때 만들어진 석빙고, 신라 문무왕때 나라의 경사를 맞으면 축하연을 거행했다는 안압지 등이 있다. 또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는 첨성대와 경주 김씨 시조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서려있는 계림, 분황사 모전석탑, 황룡사지 등도 시선을 끌어당긴다. 첨성대 등에는 야간조명이 들어오니 요즘처럼 해가 짧은 시절에는 해 빠지기를 기다려 '한 컷' 찍고 가는 것도 좋다.

걷기가 좀 지겨우면 대릉원 입구에 마차도 있으니 이를 타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겨울에는 다소 춥지만 비닐 천막이 있어 견디기 힘들지는 않다.

국립경주박물관도 대릉원 바로 부근인데 경주 곳곳에서 발견된 3천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일명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을 포함해 '아, 이것!' 하는 감탄사가 나오기 충분한 유물들이 있다. 다른 박물관에는 없는 귀한 유물들이 많다. 자동음성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역사공부하느라 진이 너무 빠졌다면 부근에서 입의 즐거움을 볼 차례. 경주의 유적지 부근에는 쌈밥집이 많고 칼국수집도 꽤 있다. 팔우정 삼거리 부근에는 해장국집도 밀집해 있으니 꽁꽁 얼어버린 입을 녹이는데 안성맞춤이다.

요기를 했다면 경주 도심에서 차량으로 20분쯤 거리인 불국사, 석굴암, 괘릉 등을 돌아보자. 불국사 옆에는 김동리와 박목월을 기념하는 동리목월문학관이 있으니 문학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경주 도심에서 불국사로 가는 도중에 경주민속공예촌이 있다. 금속, 도자, 보석, 자수 등 여러 종류의 공방이 있어 제작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고, 전시장에서는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추위를 타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추워서 걸어다니기 힘들다"라는 불평이 터져나온다면 이제 차를 타고 둘러볼 차례. 불국사·석굴암을 다 봤다면 바닷가쪽으로 차를 몰아보자. 이 부근에도 역시 유적이 많은데 대표적인 곳이 감은사지와 기림사, 골굴암. 그런데 차에서 내려 조금 걸어야 하는 수고를 필요로 한다.

"내가 죽으면 화장하여 동해에 장례하라. 그러면 동해의 호국룡이 되어 신라를 보호하리라." 신라 문무왕의 비장한 유언. 감포 앞바다에 가면 문무왕의 수중릉(대왕암)을 만난다. 부근 이견대에 오르면 대왕암을 바로 볼 수 있다. 차를 바로 바닷가에 댈 수 있으니 걷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

경주 문무대왕 수중릉 부근은 해돋이가 일품이다. 매년 12월 31일과 다음해 1월 1일 사이에는 해맞이 대축제가 열린다. 이 때를 맞춰 이곳을 찾는 것도 좋은 기억을 남길 터.

차를 북쪽으로 몰아 해안도로를 타면 겨울바다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나정, 전촌 해수욕장 등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여러 곳 있다.

감포항에 닿으면 다소 번잡함이 느껴진다. 어시장에 가면 여러 해산물이 다가온다. 이제 본격적인 과메기철이 코앞. 평소 맛보지 못했던 신선한 해산물을 느낄 수 있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골라잡는 관광코스

경주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 볼 것이 너무 많아서 코스를 잘 잡아야 몇 곳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코스를 잡기가 귀찮은 사람이라면 매일 있는 경주 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5시간 40분짜리에서부터 9시간 20분짜리까지 있다. 시티투어 문의는 054)743-6001, 745-3100.

▷분황사→황룡사지→보문관광단지→경주민속공예촌→신라역사과학관→불국사→동리목월문학관→첨성대→대릉원→임해전지(안압지)

▷국립경주박물관→석굴암→기림사→감은사지→문무대왕릉→감포항

▷무열왕릉→법흥왕릉→김유신장군묘→통일전→서출지→구정동방형분→괘릉→불국사→골굴암

▷탈해왕릉→신라역사과학관→불국사→동리목월문학관→석굴암→골굴암 선무도체험→장항리사지 서 오층석탑→감은사지→문무대왕릉→이견대→감포항

▷국립경주박물관→대릉원→첨성대→임해전지(안압지)→월성, 석빙고→최씨 고택→통일전, 서출지→보문관광단지→신라역사과학관→불국사→동리목월문학관→석굴암→구정동방형분→괘릉→원원사지

▷보문관광단지→분황사→황룡사지→무열왕릉→법흥왕릉→김유신장군묘→대릉원→첨성대→국립경주박물관

▷옥산서원, 동락당→옥산 세심마을 체험→양동마을→천북 화산 불고기단지→보문관광단지→신라역사과학관→석굴암→불국사→분황사→황룡사지→대릉원→국립경주박물관

▷경주월드→대릉원→첨성대→임해전지(안압지)→김유신장군묘→무열왕릉→법흥왕릉→금천리고분군→용명리사지 삼층석탑→오릉→포석정→나정, 양산재

♠ 남산 등반도 좋아요

신라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알고, 차를 타고 드라이브 다니는 것도 질색인 사람이라면 경주 남산 등반은 어떨까? 다른 산과 달리 산의 매력에다 신라 천년의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주 남산은 많은 등산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곳에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온 산이 유물 천지'라는 말을 한다. 신라 천년의 감동이 서린 곳, 겨울 남산이 안겨주는 비경도 일품이다.

오릉, 나정, 포석정지, 삼릉골, 용장사지, 남산부석, 신선암 마애불상, 칠불암 마애석불 등 다양한 유물·유적을 남산 부근에서 만날 수 있다. 남산의 금오봉은 해발 468m.

등산코스는 3개 정도 나뉘는데 제1코스가 삼불사→삼릉골→금오봉→용장사지, 2코스는 불곡→탑곡(옥룡암)→미륵곡(보리사), 3코스는 통일전→칠불암→천룡사지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