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꽃
이선영
저 꽃의 영혼은
추워서 방으로 들어갔단다
겨울 집밖을 나서다 보니
시든 꽃 한송이
영혼이 저만 따뜻한 곳 찾아 들어가버린
아니면 시들어가면서 꽃이
영혼 먼저 들여보냈나?
영혼이 놓아두고 간
시든 꽃잎들은
이제 아무데로나 떨어져내릴 것이다
추위를 견딜 마지막 힘조차 잃었는가
방 안에서 잠시 쉬었다
봄이 되면
다른 꽃을 찾아들리
꽃들은 끝내 시들고
시들지 않는 영혼만이 천년만년 새로운 꽃으로 옮겨다닌다
따뜻한 방에만 있다가 현관문을 나서니 갑자기 겨울! 찬 바람이 쌩―, 몰아친다. 어깨 구부정한 나무들 입술이 시퍼렇게 얼어붙어 있다. 화단 응달의 돌멩이 이마에 핏줄이 새파랗게 돋아나 있다. 나무들은, 돌멩이들은 스웨터 한 장도 없이 어떻게 이 겨울을 견디려는 것일까. 문득 돌아다보니 국화꽃이 시든 채 축 늘어져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빛깔로 향기로 온 아파트를 환히 밝혀주던 꽃. 잎이 늘어지고 꽃잎은 칙칙하게 변색되었다. 누가 빼앗아간 것일까, 그 빛나던 시간. 안쓰러워, 안타까워서 생각해본다. 꽃은 비록 시들어도 영혼은 죽지 않으리라. 종교처럼, 신앙처럼 영원히 시들지 않으리. 천년만년 시들지 않는 꽃의 영혼. 장례식장 옆 산부인과 신생아실에는 오늘도 방싯 웃음이 꽃처럼 벙글고 있으리라.
장옥관(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