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의 美軍기지] 부대 출입증 인기 왜?

골프장·식당 이용…10년 기다려 받기도

19일 오후 1시. 기자는 출입증 소지자 A씨의 차를 타고 대구시 남구 봉덕동 캠프워커를 찾았다. 검문소에서 경비원 2명이 다가와 차 앞유리에 붙어있는 바코드로 신원을 확인했다.

식당 주차장에 들어서자 벤츠, BMW 등 외제 승용차와 대형 승용차들이 빼곡히 세워져 있었다. 주차장을 몇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식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식당에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국인들뿐으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은 대부분 한국사람"이라면서 "주말에는 250명 이상이 몰려 늘 붐빈다."고 귀띔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자 그 옆으로 초록빛의 골프장이 눈에 들어왔다. 골프를 치는 이들도 한국인뿐이었다. 미군 관계자는 "전국의 미군 골프장 중 대구 캠프워커의 가동률이 1위"라고 했다.

요즘 출입증을 소지한 한국인들에게 자그마한 근심거리가 생겼다. 미군 측이 매년 시설 이용률, 기부금 등 각종 심사를 통해 출입증을 발급하던 방식에서 내년부터는 기부금 심사제로 기준을 바꿨기 때문. 2001년부터 캠프워커 출입증을 갖고 있는 김모(48) 씨는 "지난 7월 미군 측이 출입증 발급 심사기준을 '도네이션(기부금)'으로 하겠다고 설명회를 가졌다."며 "회원 간에 경쟁을 붙이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얼마를 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출입증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300만∼400만 원을 기부해야 한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미군부대 출입증은 부부가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골드, 소지자만 골프를 칠 수 있는 실버, 부대 식당만 이용하는 브론즈 등 세 등급으로 나뉜다. 골드 출입증을 갖고 있는 사업가 B씨(39)는 "골드의 경우 연회비가 250만 원이고 기부금을 100만 원 정도 내야 등급이 내려가지 않는다."며 "10년씩 기다렸다 출입증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까다로운 취득절차에도 불구하고 출입증은 왜 인기가 있을까? 출입증 소지자들은 미군부대가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고 했지만 "일반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출입하고 있다는 특권의식 때문"이라고 답하는 이들도 많았다. B씨는 "사업가의 경우 바이어를 부대내에 데려오면 일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에서 기업체 사장, 변호사, 의사 등 대구지역 유명 인사들은 다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 미군부대는 권위와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출입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 같다."고 했다. 출입증 소지자 수는 2천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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