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구구팔팔(九九八八)

주로 40대 이상의 중 장년층 사이에 많이 쓰이는 웰빙 건배사로 '구구팔팔 원투쓰리'가 있다. '99세까지 88하게 살고, 하루 이틀 앓다가 사흘째 고통 없이 영면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건강을 기원하는 말로서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살다 보면 어떤 예기치 않은 병에 걸릴 수도 있고, 뜻밖의 사고로 병원생활을 오래 지속하거나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가족 모두를 고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구구팔팔의 웰빙(well-being)·웰 다잉(well-dying) 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범인 중에 하나가 노년에 오는 落傷(낙상) 사고다.

노년기의 불청객인 이 낙상사고는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 잘 오는데 삼박자가 맞아야 생긴다. 슬쩍 넘어져도 쉽게 부러지는 약한 뼈인 골다공증이 있어야 하고, 잘 넘어지는 환경, 그리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병이 있어 약한 몸이 그것이다.

늘그막에 낙상사고를 당하게 되면 대개 허리뼈가 내려앉는 압박골절이나 손목뼈 골절이 생기고 엉덩이뼈 세 군데 중 한 군데가 잘 부러지기도 한다. 그런데 허리뼈나 손목뼈가 부러지면 깁스를 하거나 2, 3주 누워 있다 보면 대부분 잘 치료되는데, 엉덩이 골절이 되었을 경우가 큰 문제이다.

연세 드신 분이 엉덩이뼈가 부러지게 되면 깁스도 못할 뿐더러, 누워 있는다고 뼈가 붙지 않기 때문에 수술할 때까지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당뇨병이나 심장병·위장병·고혈압 등의 지병들이 있어 혈액순환도 좋지 않고 영양상태도 좋지 않아 며칠만 누워 있어도 욕창이 생긴다.

호흡기 계통도 좋지 않아 기침을 자주 해야 하는데 기침을 할 때마다 엉덩이가 아프니 기침이나 가래를 잘 배출하지 못하여 폐렴이 잘 온다. 또한 하루종일 누워있어야 하니 안 그래도 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있는 위장과 간·심장 등의 신체 장기들이 잘 작동하지 않으니 식욕이 떨어져 영양상태도 더욱 나빠진다.

여기에다 대소변을 다 받아내어야 하니 자식들을 고생시키기 싫어 더 안 먹게 되어 결국 폐렴이나 욕창 또는 영양실조로 고생만 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옆에서 수발을 들어야 하는 자식들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생기는 경제적 손실 또한 고스란히 자식들이나 배우자에게 남겨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런 낙상사고로 인한 노인성 골절을 피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구구팔팔'하는 방법일 것이다. 우선은 낙상사고, 즉 잘 안 넘어지게 해야 한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바로 어르신들이 잘 넘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것을 고치면 된다.

어르신들은 눈이 잘 안 보여서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안·백내장·당뇨병 합병증 등으로 잘 안 보이는 것이니 안경을 맞추어 시력을 보정하고, 백내장수술을 해야 한다. 실내조명을 밝게 하고 밤이나 어두운 곳에는 외출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관절염이나 그 밖의 신체장해가 있으면 잘 넘어지니 관절염을 수술하고, 험한 길을 갈 때에는 지팡이 같은 보조장구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주로 넘어지는 곳이 거실이나 욕실이므로, 욕실을 안 미끄럽게 하고, 거실에는 주변정리를 잘해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르신 방에는 줄이 없는 무선 전화를 설치해 전화기 소리 때문에 거실로 서둘러 나오다 전화기 줄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관절을 지탱해주는 근육이나 힘줄이 강해야 넘어지지 않으므로 젊어서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여 근력을 강화시켜 놓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넘어져도 뼈가 안 부러지게 하기 위해 뼈를 튼튼히 해놓아야 한다. 뼈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은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뼈에 기본성분이 되는 칼슘과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게 영양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60세 이상이 되면 필수적으로 골다공증 검사를 받아 골다공증이 있으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 벌써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보건 당국도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구구팔팔을 위해 건배!'

민병우(계명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