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세계육상선수권 성공을 위하여

지난달 15일 미국의 경제학 교수 3명이 2007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레오니트 후르비치(90·미네소타대), 에릭 매스킨(56·프린스턴대) 및 로저 마이어슨(56·시카고대) 이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론의 기초를 수립한 것이 수상 이유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그동안 경제이론의 기초가 되어 온 완전경쟁시장이라는 비현실적인 개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경제이론은 대부분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이상적인 상태를 가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보비대칭 등에 따른 불완전경쟁이 일반적이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정보비대칭 아래 자원배분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이론의 중요한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센티브 융화성(incentive compatibility)이 눈길을 끈다.

어떠한 경제정책이나 제도이든 참여자들의 인센티브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효과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정책을 수립·집행하더라도 이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면 정책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를 이론으로 체계화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겠다.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한 깊은 연구 없이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짐에 따라 아주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법이나 제도가 당초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2011년 제13차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거는 대구시민의 기대가 매우 크다. 이 대회를 계기로 대구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도시의 품격이 높아지며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에 대한 준비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 대회조직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후 조직위의 사무처도 발족되었으며 동 대회 지원법안도 정기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대회 자체의 준비와 운영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더욱 어려운 일은 이 대회 개최를 계기로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경제 활성화를 이루는 일일 것이다. 이는 대회준비를 맡은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전 대구시민이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일이다. 준비위원회와 지자체는 세심하게 계획을 세우고 이를 뚝심 있게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이 계획을 세울 때 사람들이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한편 대회운영과 관련해서는 결승현장에 관중이 많이 모이게 하여 뜨겁게 응원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올림픽과 월드컵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육상선수권대회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 육상경기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끝나버리는데다 우리 선수들이 결승전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어렵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결승전에서 썰렁한 관중석이 전 세계로 방영되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입장권 판매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입장권을 갖고서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입장권 판매도 쉬운 일은 아니나 입장권을 가진 사람들이 현장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 더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에서 말하는 인센티브 융화성이 생각난다. 어떻게 하면 입장권을 가진 사람들이 현장에 나타나게 할 수 있을까?

동창회 등의 행사를 할 때 사람들이 끝까지 남아 있게 하기 위하여 흔히 행운권을 제공하고 행사 마지막에 추첨을 한다. 걸려있는 상품이 클수록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 아이디어를 응용하여 육상선수권대회용 복권을 발행하고 입장하는 사람에게 판매한 후 매일 경기종료 후 현장에서 추첨하여 당첨자를 발표하는 것은 어떨까? 혹은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우리나라 팀이 세계적인 수준에 있는 B-boy 공연을 매 경기 후에 하는 것은 어떨까?

이강세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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