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메라가 사랑한 풍경…DSLR을 위한 여행

가을이 떠나가고 있다. 단풍이 한풀 꺾인 요즘엔 물안개와 운해 가득한 늦가을 풍경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런 계절을 만끽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사진 촬영이다. 떠나가는 가을 풍경을 눈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사진으로 기록해 두면 오랫동안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풍경접사사진을 위한 DSLR'의 저자이고 인터넷 사진동호회에서 '키노'라는 아이디로 유명한 이인찬 씨와 함께 늦가을 출사여행을 떠났다. 새로 장만한 DSLR로 엽서같은 풍경을 찍고 싶다면? 이곳에 가면 원하는 그림이 나온다.

◆전북 임실 옥정호

늦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물안개이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할 때 물안개는 절정을 이룬다. 옥정호의 진가는 가을에 확실히 드러난다. 물안개는 물과 대기의 온도차이에 의해 생긴다. 물 위의 따뜻하고 습도높은 공기가 찬 공기와 만나면서 미세한 물방울로 응결된다. 이 물방울들이 빛에 산란되면서 하얀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커지는 늦가을 아침이 물안개를 만나기 가장 좋은 때다. 전날 가을비가 내리고 다음날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면 십중팔구 물안개가 생긴다.

옥정호는 전북 임실군과 정읍시 등에 넓게 걸쳐져 있는 섬진강 최상류의 호수다. 여느 대형 호수들처럼 넓게 펼쳐져 있지 않고 물뱀이 유영하듯 산자락 굽이굽이를 돌아간다. 옥정호의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국사봉이다. 동 트기 전에 올라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운암대교를 지나 5㎞ 남짓 구불구불 호반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운암면 입안리에서 국사봉 전망대 주차장과 만난다. 첫번째 전망 포인트는 국사봉 전망대. 주차장에서 잰 걸음으로 15분 거리다.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지다.

▶가는길=화원IC에서 88고속국도를 타고 순창IC에서 내린 뒤 전주방향 27번 국도를 따라 덕치·강진을 지나면 운암대교가 보인다. 임실군청 문화관광과 063)640-2641.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흑백사진 'Brie, France, 1968'에 등장하는 가로수길을 본다면 누구나 한번쯤 그런 곳을 찍어보고 싶어한다. 담양 읍내에서 순창으로 이어진 24번 국도에서 만나는 하늘을 찌를 듯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바로 그 곳이다. 담양읍에서 순창으로 향하는 24번 국도를 들어서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만나게 되는데 수 킬로미터에 걸쳐 있다. 차들이 적어 천천히 산책하듯 가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논으로 이어진 길을 이용해 다양하게 연출해볼 수도 있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지만 이곳 또한 이른 아침에 촬영하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이면 햇살이 가로수 사이로 들어오는 장면을 담을 수 있다. 특히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가로수길 사이로 다녀 제대로 촬영할 수 없다. 망원렌즈로 심도를 깊게 또는 얕게 해서 찍어보기도 하고 표준이나 광각렌즈를 이용해 다양하게 연출해보자.

▶가는길=88고속국도 담양IC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순창방면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보이며 이 길을 따라 순창방면으로 가면 계속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담양군청 문화레저관광과 061)380-3151.

◆경주 대왕암

경주 대왕암은 10월말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환상의 물안개와 몰려드는 갈매기를 촬영할 수 있는 곳이다. 운이 좋다면 오메가 일출도 촬영할 수 있다. 하늘의 구름이 좋다면 바다와 하늘을 반반씩 담아 촬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며, 구름이 없어 배경이 밋밋하다면 망원렌즈를 이용해 바위만 촬영하는 것도 좋다. 바다의 해무, 바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 그리고 지나가는 한 척의 배.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사진에 담는다면 굉장한 행운을 얻은 것이다. 해무는 따뜻한 해면의 공기가 찬 해면으로 이동할 때 해면 부근의 공기가 냉각되어 생기는 안개를 말한다. 만약 해무와 오메가를 생각하고 대왕암에 갔지만 아무 것도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올 필요는 없다. 대왕암의 갈매기를 한번 촬영해 보자. 비록 과자로 유인을 해야 하지만 플래시를 사용하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는 길=경부고속국도 경주IC를 빠져나와 경주 시내를 통과해 보문관광단지 옆으로 난 4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양북면 어일리에서 우회전해 대종천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79-6396.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 및 사진=이인찬(ID 키노)

♠ 초보자를 위한 촬영팁

사진을 시작하게 되면 누구나 멋진 풍경을 담고 싶어한다. 출사 가기 전 출사지의 정보를 충분히 조사해서 가야 한다. 날씨를 비롯해 일출·일몰의 시각, 중요 포인트 등 기본적인 정보에 대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출사지의 상황을 파악했다면 그 상황에 맞는 구상이 필요하다.

▶운해 촬영=운해는 거의 대부분 새벽에서 아침시간대에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새벽이나 아침이라고 해서 무조건 운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교차가 크고 촬영하는 날 새벽 하늘에 구름이 없어야 운해가 올라올 가능성이 많다. 하늘에 구름이 많은 날에는 간혹 운해가 올라오지만 양도 적을 뿐더러 예쁘지도 않다. 운해를 촬영하기 전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현지 날씨가 어떤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운해는 비가 온 다음날 날씨가 맑다면 생길 확률이 100%이다. 또 운해는 평지에서 보는 것보다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훨씬 감동적이며 촬영하기도 수월하다. 운해는 거의 대부분 새벽에 촬영하기 때문에 삼각대가 필요하다. 조리개의 경우 보통 8~16까지 조이면 되지만 상황에 따라 개방하는 것도 색다른 사진을 만들 수 있다. 광각렌즈를 이용해 넓게 촬영하면 운해의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 가능한 한 표준 이상의 렌즈를 이용해 장면을 압축해야 좀 더 효과적인 운해를 표현할 수 있다.

▶일출 사진=풍경사진에서 일출 사진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큰 주제가 됐다. 하지만 일출 촬영은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먹은 만큼 쉽지 않다. 해 뜰 무렵이라 광량이 풍부하지도 않고 해가 뜨는 몇 분 동안 광량이 급격하게 늘어가기 때문에 측광이나 노출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일출을 촬영하려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포인트가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해무와 함께 찍는 일출은 11월에서 2월까지가 적기이다. 이 시기는 끓어오르는 해무와 고기잡이를 떠나는 배와 함께 멋진 일출을 담을 수 있다. 흔들림없는 촬영을 위해 삼각대를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노출모드를 매뉴얼 모드로 설정, 셔터 속도와 조리개 값을 지정해 준다. 자신이 없다면 셔터 속도는 1/125초로 지정하고 조리개 값은 F5.6 정도로 한다. 그리고 일단 찍어본다. 결과물을 봤을 때 밝다면 조리개 값을 약간 높여주고 어둡다면 조리개 값을 조금 내려준다.

모현철기자

도움말=이인찬(ID 키노·'풍경접사사진을 위한 DSLR'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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