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솟는 기름값…농사·출어 포기 속출

온풍기 '스톱'…수확철 오이 얼어죽어

▲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확을 포기한 군위읍 서부리 오이밭.
▲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확을 포기한 군위읍 서부리 오이밭.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상당수 시설재배 농민들이 오이와 토마토 등의 겨울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농민들은 오이 하우스 온풍기 가동을 중단, 수확철 오이가 추위에 못 이겨 얼거나 말라죽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겨울농사 포기 속출=20일 군위읍 서부리 군위농협 농산물집하장 내 군위오이협의회 사무실. 오이 재배 농민들이 둘러앉아 연방 담배연기만 내뿜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오이 파종 등 겨울농사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지만, 올겨울 하우스용 오이 파종에 나서려는 농민들은 거의 없다.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겨울 농사를 포기했기 때문.

농민들은 "현재 시세인 오이 상품 한 상자(15kg 기준) 경매가격 1만 5천∼1만 6천 원으로는 겨울 난방비를 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이농사 2천㎡를 짓는 이용주(47·군위읍 삽령리) 씨의 경우 12월부터 5월 중순까지 들어가는 난방용 유류(온풍기 2대분)는 대략 3만ℓ. 돈으로 계산하면 2천250만 원(ℓ당 면세유 가격 750원 기준) 정도다.

이 기간 생산하는 오이는 2천∼2천200상자(15kg 기준), 매출은 상자당 가격을 평균 1만 6천 원으로 환산해서 3천200만∼3천520만 원이다. 여기에 유류값 2천250만 원과 비닐, 농약, 비료, 상자 등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온풍기 가동을 중단하거나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심지어 3월에 오이 정식을 준비하는 농민도 적지 않다.

김용민(50·군위읍 서부리) 씨는 "지난 9월 파종한 오이는 지금 수확이 한창인데 그 오이 따서 손에 쥐는 돈보다 온풍기 가동 비용이 더 들어 수확을 포기하고 온풍기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겨울에는 차라리 하우스 농사를 포기하는 게 남는 장사"라고 힘없이 말했다.

군위군에서 시설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는 430여 곳이나, 올 겨울 토마토와 오이를 재배하려는 농가는 20여 곳,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면세유 가격 낮추고, 공급 확대해야=시설재배 농민들은 정부가 면세유 가격을 대폭 낮추고, 공급도 과거처럼 확대해야 겨울 농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면세유 가격은 매년 오르는 반면 배정량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겨울 농사를 고집하다가는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오이농 박진철(54·의성 봉양면 안평2리) 씨는 "정부가 FTA 등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면세유 제도 연장만 결정하고 가격 인하와 배정량 확대 등의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면세유 가격과 배정량을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 허일구 자재양곡팀장은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시설재배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농협중앙회에서 농민들의 어려운 입장을 감안, 재정경제부와 농림부 등에 면세유 가격 인하와 배정량 확대를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위·의성 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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