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에 대한 정설은 아프리카 발생설이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각 대륙으로 퍼져나갔다는 이 학설은 多(다)대륙 동시발생설과 대립해 왔다. 그러나 1974년 에티오피아 북부에서 미국의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이 한 여성 猿人(원인) 화석을 발견하면서 정설로 굳어졌다. 약 32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화석의 학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애칭은 '루시'이다. 이 애칭은 요한슨이 즐겨듣던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다. 엄격한 검증 끝에 루시는 '최초의 인류'임이 입증됐다.
그 뒤 1987년 미국 버클리대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DNA 추출을 통한 추적 끝에 20만~15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이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공동의 어머니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모두 아프리카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이를 뒤집는 주장이 최근 중국에서 제기됐다. 중국과학원은 지난 12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1985년 충칭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이 연대추정 결과 204만 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결론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유인원이 인류로 진화한 후 몇 십만 년 전에 동아시아로 왔다는 기존 학설과는 달리 200만 년 전에 아프리카형과는 별도의 동아시아형 유인원이 존재했으며 이들은 각자 진화했다는 것이다.
발호하고 있는 '중화 패권주의'에 비춰 이 주장은 학문적 발견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조상은 중국인이라는 새 이데올로기 생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로 둔갑시키고 있음에 비춰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중국인들의 元祖(원조) 집착증은 병적이다. 2006년 중국골프연구팀은 "당나라때 골프가 시작됐으며 경기규칙도 스코틀랜드보다 470년 앞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골프의 원조라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다. 파스타는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이탈리아로 가져간 것이며 축구도 중국이 고안했고 아메리카 인디언도 베링해협을 건넌 용감한 중국인의 후손이라고 우긴다. 사정이 이런데 '인류의 조상은 중국인'이라는 주장도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중화주의라는 게 결국 편협한 자기 중심주의라는 것을 만천하에 폭로한 셈이다. 그 옹졸성이 어디까지 갈지 지켜볼 일이다.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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