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기범 남매가 가지고 노는 17대 大選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이 오늘 새벽 공개하겠다던 이른바 '이면계약서'를 내놓지 않았다. 그는 어제 미국 LA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BBK 간 3대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사전 예고했다. BBK의 실소유자가 이 후보임을 입증할 이면계약서 사본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기자회견은 김경준 씨 부인이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싱겁게 끝났다.

에리카 김의 큰소리 하나에 언론이나 각 후보 진영은 호들갑을 떨었다. 신문과 방송은 BBK사건이 분수령을 맞은 것처럼 대서특필해 에리카 김에게 놀아났다. 한나라당은 "왜 기자회견을 열었는지 모르겠다"고 안도했지만 초긴장한 자신의 모습이 쑥스러웠을 것이다. 신당 또한 "김씨 가족 주장은 부차적인 자료일 뿐"이라는 반응이나 '한방'에 대한 기대감이 멋쩍었을 것이다. 에리카 김은 이렇게 자신들의 입만 쳐다보며 일희일비하는 대선 판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다.

김경준 씨 아버지는 김 씨 송환 직전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했다. 아들을 국제사기꾼이라 못박은 한나라당에 대고 한 소리다. 법적 진실을 가리겠다는 게 아니고 정치적 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면계약서 공개 소동도 그런 인상이다. 의혹을 부풀리는 '치고 빠지기' 수법이다. 정치판의 네거티브 장난을 빼닮았다. 김 씨 가족은 이런 과정에서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러잖아도 이들 남매는 위조'사기'횡령 혐의의 공범 관계에 놓여 불신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면계약서가 있으면 사본뿐 아니라 원본까지 공개하고 당당하게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 그만이다. 지금 짓은 대선 판세를 이용해 '정치'를 하겠다는 거다. 이런 아리송한 사기범 남매 놀음에 휘말려 하루하루 17대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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