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회 30만원' 고액 입시 진로상담 기승

수능 9등급제 실시로 대학 지원에 혼란을 겪고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겨냥한 사설 기관들의 유료 입시 상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대응해 시·도 교육청 단위로 입시 설명회를 열고 학부모 상담을 강화하라며 급히 예산을 지원했지만 액수가 미미한데다 시일도 촉박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의 한 진학 담당 교사는 며칠 전 한 고3 학부모로부터 긴급 상담을 요청받았다. 학부모는 "어디에도 믿을 만한 자료가 없어 모 사설기관에서 1회 30만 원짜리 진학 상담을 받았는데 기대했던 대학은 어려우니 대폭 하향지원하라고 해 눈앞이 캄캄하다."며 울먹였다. 이 교사는 "한 시간도 안 되는 상담에 고액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설기관들이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는 게 더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일 매일신문사 주최 입시설명회장에서 만난 또 다른 학부모는 "인터넷을 통해 몇 군데 사설업체에서 지원 가능 대학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는데 합격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이라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 번에 몇 만 원씩 몇 번을 해 봐도 답답함을 풀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갑수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다음달 12일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까지는 어느 누구도 진학과 관련해 확실한 답을 줄 수 없다."며 "일부 사설기관들의 근거 없는 상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유료 상담은 특히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 교육청이 지난주 교육부로부터 2천500만 원을 지원받아 공교육의 입시 상담과 진학 지도 역할 강화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시교육청은 다음달 12일 수능 성적 발표를 전후해 두 차례에 걸쳐 입시설명회를 갖는 한편 고교에서 상담에 참고할 수 있는 입시 자료를 제작, 긴급 배포하고 입시 자료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교사들이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돼 준비가 부실한 데다 예산도 너무 적어 사교육 기관에 비해 실효성이 더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 몇 년 동안 2008학년도 입시제도 개편을 떠들면서도 정작 학교 단위의 진학지도 활성화에는 무관심하다가 수능 때가 돼서야 몇 푼 던져주는 식으로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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