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은 대한약사회가 약의 날(15일)을 맞아 기획한 '약 바로 알기 캠페인'(25일까지) 기간이다. 약은 잘못 쓰면 독(毒)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 사용 실태와 약에 대한 잘못된 생각 등을 짚어보기 위해 대구시약사회 회관에서 약사들을 만났다. 기자가 만난 약사는 ▷전기철 대구시약사회 고충처리단장(명인약국) ▷최민 대구시약사회 부회장 ▷전재열 경북대병원 약제부장 ▷금병미 대구시약사회 근무약사회장(동남약국) 등 4명이다.
-약국에서 약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약에 대한 오해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해프닝이 있다면?
▶전기철=처방전 없이 감기약을 찾는 사람에게는 적당한 일반의약품을 권하는데, 그 포장에는 '해열·진통제'란 표시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감기약을 달라고 했는데, 왜 이런 약을 주느냐?"고 항의를 한다. 만성관절염이나 신경통 환자에게 '진통·소염제'를 드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사실 감기약이나 관절염약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을 써야 하는데,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민=그런 사례들이 많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달라는 노인이 있어서 100㎎짜리 아스피린을 드렸는데, 얼마 뒤 그분이 "동네 사람들이 그 용량은 어린이용이라고 하던데 왜 그런 약을 주느냐?"고 항의를 하셨다. 뇌졸중 예방에는 낮은 용량의 약을 쓰는 게 맞는데 그분은 약사 말보다는 주변 사람들 말을 더 믿으셨다. 물론 약사들도 약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설명을 하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약물 오·남용에 대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실제 어떤가?
▶전기철='해피드러그'(행복을 주는 약)라고 불리는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약들은 전문의약품이어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받아서 복용해야 하는데, 병원에 가기가 부끄러워 한 사람이 처방전을 받아서 여러 사람들과 나눠 먹는 일이 있다. 심지어 모임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발기부전제를 상품이나 경품으로 주기도 한다.
▶전재열=소화제, 변비약, 이뇨제 같은 약들도 오·남용의 대상이다. 과식을 한 뒤나, 심지어 식사를 하기 전에 소화제를 습관적으로 먹는 사람들이 있다. 소화제를 남용하면 오히려 우리 몸의 소화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 한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이 있으며 몇 가지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대책이 있다면?
▶금병미=동네에 가까운 의원이나 약국을 단골로 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러 약국을 전전하지 말고 한 약국을 이용하면 그 약사가 환자가 먹는 약에 대한 기록이 있어 진통제나 소염제 등을 중복 복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약에 대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가정에서 약을 보관하는데 있어서 주의할 점이 있다면?
▶전재열=일반의약품의 경우 포장지나 설명서에 쓰인 대로 보관하면 된다. 대부분 약은 실온에서 건조하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시럽제의 경우 무조건 냉장고에 보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밀봉이 제대로 안 된 약을 습도가 높은 냉장고 안에 두면 변질되기 쉽다.
▶최민=낱개로 포장된 약은 그대로 보관하면서 복용해야 하는데, 포장을 뜯어서 다른 용기에 보관했다가 복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하면 약이 변색되는 것은 물론 약효도 떨어질 수 있다.
※도움말을 준 약사들의 공통된 당부가 있었다. 약을 임의대로 복용하거나 먹다가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항생제나 고혈압약의 경우 증상이 나아졌다고 해도 정해진 복용일수를 지켜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 약 먹을때 주의사항
약은 우리 몸 속에서 어떻게 흡수돼 작용을 할까? 그리고 어떤 약을 먹을 때는 특정 음식이 약의 효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다음은 약을 복용할 때 알아 둬야 할 상식.
◆몸 속에서의 약의 작용
약물이 몸속의 일정한 병소(병원균이 침입해 조직이 허물어진 부분)에서 치료효과를 나타내려면 약물이 흡수돼야 한다. 또 약효가 나타나려면 충분한 조건의 농도가 병소 부위에 공급돼야 한다. 흡수된 약물은 보통 간에서 주로 대사를 한다. 이는 해독과정이라고 하는 생화학적 반응이다. 여기엔 소화기계통을 통해 흡수된 모든 물질들을 검문하고 적당히 처리하는 특수한 공정이 따른다. 우리가 먹는 약은 일반적으로 소화관에서 흡수된 뒤 간에서 대사돼 순환혈류를 타고 온몸에 분포되는 과정을 거쳐 모든 조직에 공급된다. 위나 장에서 녹지 않아 흡수가 되지 않는 약은 다른 경로를 통해 투입된다. 예를 들면 혈관이나 근육주사제, 직장을 통해 투여하는 좌약 등이다. 간장에서 해독이나 대사되지 않은 남은 약물은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나온다.
◆약물과 음식
▷오렌지주스는 제산제('겔포스' 등)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녹차와 홍차는 탄닌 성분으로 인해 철분제 흡수를 저해한다.
▷비타민 K 함유량이 높은 녹색채소(아스파라거스, 케일 등)는 항 혈액응고제(와파린)의 효능을 떨어뜨린다.
▷마늘은 혈액을 묽게 하는 항 혈액응고제의 효능을 증가시켜 많이 먹으면 출혈의 위험이 있다.
▷술은 마신 뒤나 술과 함께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을 복용하면 간의 손상과 위장의 출혈이 우려된다.
▷담배는 거의 모든 약물의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타민 C제제, 진통제, 이뇨제, 기관지확장제, 먹는 피임약 등등.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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