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내 갈등해결 능력이 '경쟁력'

대구·경북 현안들, 의견대립에 '표류' 일쑤

지역현안을 둘러싼 갈등의 해결능력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

갈등해결에 성공한 곳은 지역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 있고, 실패한 곳은 패배감과 함께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기회로 도약의 계기를 미뤄야하기 때문.

1천5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도시 발전에 투자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경주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이 돈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의 일부다. 2005년 주민들의 찬·반 대립 속에서도 유치에 성공한 경주는 주민투표 당시 제시됐던 3천억 원의 인센티브를 이미 받았고, 지원사업 48건 3조 2천95억 원이 정부부처의 사업계획에 명시되는 혜택을 받았다.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과 양성자가속기 기반공학기술사업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고 이달 착공한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2009년 12월 완공되면 연간 85억 원의 수수료 수익도 생긴다.

방폐장 유치로 경주는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는 대전환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1994년 방조제 완공 이후 10여 년간 환경 파괴와 오염으로 극한 대립을 계속했던 경기 시화지역은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활동으로 올해 여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고 있다.

이병준 시화호 시민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엄격한 환경영향 분석 결과 10개의 골프장 건설과 간석지 개발이 다른 개발안보다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10년이나 강력하게 대정부 투쟁을 벌였지만 주민 삶이 나아진 것은 없고, 오히려 3년간의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으로 수질오염 대폭 개선 등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내 갈등을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곳은 결국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맨 처음 방폐장 유치를 신청하고도 주민들 간 극한 대립과 반목을 겪었던 전북 부안. 최근 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의 35%가 지금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각한 후유증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사회의 갈등 해결 실패가 공동체를 훼손하고 파괴시키는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6월 자기부상열차 유치에서 대구가 실패한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노선에 불만을 품은 일부의 대정부 '투서'와 주민반대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대구4차순환도로(앞산터널:수성구 범물동~달서구 상인동) 건설사업 민간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던 외국계 투자금융회사 맥쿼리는 대구시의회의 범안로 통행 무료화 추진과 시민단체의 앞산터널 공사 반대에 부담을 느껴 컨소시엄에서 빠졌다.

특히 대구는 이러한 의견 대립과 갈등을 원만하게 해소하지 못할 경우, 민간자본 투자와 정부지원이 절실한 '동대구역세권개발' '이시아폴리스' '대구테크노폴리스 조성' 등 대규모 현안사업들의 표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박태순 박사(사회갈등연구소장)는 "지역 내 갈등은 우라늄과 같은 에너지"라며 "잘 관리하고 이용하면 원자력발전처럼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지만, 잘못하면 사회를 파괴하는 무서운 폭탄이 된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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