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선거운동 손놓은 지역 정가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지역정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이상기류상'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시·도당 캠프는 조직 확대보다는 중앙당의'BBK'대응전략에 온 신경을 쏟고 있고, 범여권도 후보 단일화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지지세 확보는커녕 내부 결속마저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 경북도당 관계자는 22일 "캠프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고, 시당 관계자 역시 "과거 대선과는 달리 지역 중심의 대규모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선거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당내 경선 후유증도 여전하다. 경선 후 당 화합을 최대 기치로 출범한 선대위가 박 전 대표의'거리를 둔 '이명박 대선후보 지지행보, 이회창 돌발변수 등이 얽히면서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시·도당 선대위 아래 조직, 직능 등 각 본부의 경우 친이(親李·친 이명박 후보) 측 인사들이 포진한 본부와 친박(親朴·친 박근혜 전 대표) 측 본부 간 활동 수위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친이 측 한 인사는 "친박 국회의원 중 일부는 본부 회의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고 있고, 지난 경선 때 친박 캠프에서 일한 당내인사들도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반면, 친박 측 한 인사는 "선대위가 친이 중심으로 운영돼 친박 측 인사는 사실상 찬밥신세"라고 서로 비난했다.

한편 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 측은 BBK의혹에 이명박 후보가 관련되기만을 고대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후보와 지지층이 겹쳐 이명박 후보가'가라앉아야' 자연스레 한나라당 내 이탈 세력들이 이회창 후보에게 몰릴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이회창 후보 측은 "사실 BBK뇌관에 이명박 후보는 물론 이회창 후보의 대선 운명도 걸려 있다."고 밝혔다.

범여권은 여러 분파가 대선을 향해 뛰고 있으나 '도토리 키재기식'에 그치고 있는 상태에서 그마나 돌파구였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사실상 무산됨으로써 지역 상황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통합신당 경우, 지난 16일 대구·경북 선대위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들어갔으나 민주당과의 통합이 무산, 힘이 빠진 상태다. 게다가 지역 내 범여권 세력의 주류인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 계열이 협조를 하지 않아 외연확대는커녕 내부 결속마저 힘든 상황이다.

김태일 대통합신당 대구선대위원장은 "이 특보와의 대화는 시도하겠지만 이 특보 협조는 지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와의 관계 설정에 달린 문제"라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 사정도 마찬가지. 당초 이달 초순까지 지지율 제고와 함께 지역조직을 완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문 후보의 지지율이 뜨지 않아 지역 선대위 구성도 지지부진하다.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대통합민주신당 대구시당이 범여권의 광범위한 정책과 가치의 연대를 위해 창조한국당 대구시당에 토론회 개최를 제안해 놓고 있으나 정동영, 문국현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지체되고 있어 당장 약효를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인제 후보의 민주당과 심대평 후보의 국민중심당도 워낙 낮은 지지율 때문에 상황만 지켜보고 있을 뿐 특별한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un316@msnet.co.kr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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