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換亂상태 못 벗어난 대구·경북 경제

외환위기를 맞은 지 10년이 됐으나 대구와 경북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그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있다. 곳간이 텅텅 비었던 나라가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하고, 국가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경제의 위기상황은 각종 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0년 사이 대구는 인구 수에서 인천에 밀려 4위 도시로 내려앉았다. 경북 역시 같은 기간 인구가 9만여 명이나 줄었다. 대구는 제조업체 수와 산업생산지수 등 각종 지표가 부진을 보이면서 광공업 전체 생산량이 2000년 이후 정체 상태다. 1992년부터 시작된 1인당 지역총생산(GRDP) 전국 꼴찌를 환란 10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여전히 못 벗어나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의 주축이었던 건설업과 유통업의 퇴조도 완연하다. 청구'보성'우방 등 지역의 대표적 건설업체들이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쓰러진 뒤 지역 주택건설시장은 수도권을 비롯한 역외 건설업체들의 안마당이 됐다. 아성을 구축했던 지역 백화점의 위상과 입지가 흔들리고 있고, 재래 시장의 위축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구지역 대형소매점의 판매액은 10년 동안 무려 89%나 증가했다.

더욱이 대동은행을 비롯한 지역 금융회사들의 퇴출로 가뜩이나 열악했던 지역 자금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퇴출 금융회사의 빈자리를 수도권의 대형 은행과 금융회사가 메우면서 돈이 '블랙홀' 수도권으로 빨려가 지역에서 돌지 않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구와 경북 등 비수도권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쟁력이 처지는 비수도권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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