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은 대중영화로서 갖춰야 할 덕목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덕목은 이렇다. 우선, 선과 악의 구분이 분명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령숙수의 두 제자 그리고 그들의 후예인 성찬과 오봉준의 대결 구도로 압축된다. 짐작하다시피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를 분명히 제시해준다.
그러니까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나 존재론적 질문에 당착할 염려가 없다. 두 번째, 방금 전 규정에 언급되어 있듯이, '식객'은 대결 구조 위에서 진행된다. 대결 구조라는 것은 결과의 성패 그리고 승패가 분명히 판가름난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대결이 긴박해질 지언정 그 대결은 끝나기 마련이다. 그것도 런닝타임 안에 말이다. 세 번째는 '음식'이라는 소재가 주는 화려함이다. 듣도 보도 못했던 궁중음식들은 보는 이의 시각을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지만, '식객'은 '소재'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작품이다. 최근의 만화들은 어떤 한 분야의 특수한 전문성을 정보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허영만은 우리 만화의 중요한 일맥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영화화되고 있는 작품들도 그렇다. '타짜'나 '식객'과 같은 작품들은 도박과 음식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해박한 지식을 제공한다. 정보 자체가 볼거리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결 구도 위에 짜여진 선과 악의 진영들의 캐릭터들도 흥미롭다. 성찬의 편에 선 덕기나 호성 그리고 호성과 군대 선후배 지간이었던 우중거는 메인 캐릭터의 긴장감 이외의 즐거움을 준다. 가령, 우중거가 군대에서 맛보았던 라면맛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과정은 진지한 대결 구조의 서브 플롯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영화 '식객'은 만화 '식객'에 소개된 이야기 전체를 제시하려한다기 보다 캐릭터에 중점을 두었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일간지에 6개월 이상 연재된만큼 '식객'의 이야기는 다양하고 풍성하다.
만일 그 이야기에 전부 욕심을 냈더라면, 음식도 캐릭터도 살리지 못했을 것이 뻔하다. 중요한 것은 전윤수 감독이 살린 두 가지 에피소드이다. 하나는 숯쟁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정형대결을 위해 선택한 소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다른 에피소드들과 달리 이 두 이야기는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여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제시된다. 이 이야기들은 대결 구도에 빠진 '감동'과 '눈물'이라는 요소를 곁들여 준다.
선과 악의 대결, 후계자 상속 문제를 비롯해 '식객'은 우국지정의 애국심과 민족의 아픈 역사까지 다룬다. 분명 이러한 이야기꺼리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데 성공한다. 마지막 장면의 어색함이 관객들에게 기꺼운 동의로 용납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숙수의 칼을 들고 온 사람의 말에 의해 대결이 판가름 나는 상황은 너무도 제시적인 설명으로 노출된다. 하지만 관객들은 기꺼이 그 어색한 봉합에 동의한다. '식객'이 대중영화로서의 덕목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관객이 원하는 바를 깔끔한 연출력으로 채워주는 작품, 그것이 바로 '식객'이다.
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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