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극의 열풍을 이끄는 주인공은 단연 조선 22대 왕 정조다. 과거부터 드라마에서 인기를 구가한 왕은 실제 업적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단종, 세조, 연산군, 숙종 등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왕들은 결코 주인공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을 둘러싼 세도가들의 권력 투쟁, 특히 궁중 여인들의 암투가 주된 이야기거리였다. 비록 왕은 권력의 정점이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정조 역시 이런 관점에서 비켜가지 못했다. 후궁이 4명이나 있었다는 이유로 여색을 좋아하는 왕으로 기록되기도 하고, 홍국영의 그늘에 가려 초기에는 제대로 왕권을 행사하지도 못했던 나약한 왕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영'정조를 아우르며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꽃 피운 왕으로 기록되기는 했지만 역시 할아버지 영조의 그늘에 가린 미완의 왕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정조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정조를 개혁군주로, 새로운 세상 열기를 꿈꾸었던 뉴 리더로,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조선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이다.
정조는 단순히 아버지 사도세자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노론과의 첨예한 대립 속에 즉위했으며, 개혁을 향한 본격적인 날개짓을 펼치려할 때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유만으로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조선 군주 중 가장 개혁적인 왕이었으며, 과거제도와 조세제도를 개혁하고 영조의 탕평론을 이어받아 왕정체제를 강화했다. 현재 상황으로 비춰보자면 입시와 교육 정책을 새로 정비하고 파격적인 부동산, 세금 정책을 시행했으며, 여야를 막론하고 인재를 등용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그는 조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20년 이상 무던하고 착실하게 준비를 다져온 뛰어난 정책가이기도 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조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꿈꾸기 때문은 아닐까? KBS 2TV '한성별곡', MBC 월화드라마 '이산', 케이블채널 CGV '정조 암살 미스터리 8일' 등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고,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을 필두로 정조의 생애를 극화한 소설이나 조선왕조실록 등 정사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작품이 새삼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정조 이산을 다룬 초등학생용 만화가 출간되고, 정조 암살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만화도 등장했다. 역사 속 개혁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등장한 정조. 그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관계, 아울러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도 살펴본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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