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개그우먼 강주희

성대모사는 개그프로에서 빠져서는 안 될 '웃음충전' 단골 메뉴다. 목소리도 닮아야 하지만 톤과 표정, 제스처도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대목.

요즘 개그우먼 중 '성대모사의 달인'을 꼽으라면 개그콘서트, 폭소클럽에서 이 이시대의 유명인사를 모조리 흉내 내고 있는 인간복사기 강주희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이 없다. KBS 공채개그맨 18기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성대모사 중 백지연 앵커와 황수경 아나운서의 성대모사는 압권이다.

"인간복사기라면서요?"라고 첫 말을 던지자 깔깔대며 웃는다. "몇 명이나 똑같이 흉내낼 수 있냐?"는 질문에 손가락이 접혔다 폈다를 반복하더니 한 30명 정도 흉내낼수 있단다.

아무리 재능을 갖고 타고 났어도 성대모사 실력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성대모사는 단지 흉내만 내는 차원을 넘어서야 해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반복 연습을 해야하죠. 특징을 잡기 위해 반복해서 영상물을 수백번 되풀이해 봐요."

강 씨는 성대모사에서 '자기화는 필수'라고 했다. 똑같은 그 이상의 것이 표현돼야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

"개그코너는 길어야 5분이에요. 그 시간 안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웃음을 터트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성대모사만 잘 한다고 되는 일은 더 더욱 아니고요.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에 매번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개그우먼으로 데뷔한지 5년차가 넘어서고 있는 그녀지만,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녹화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의 연습 속도도 빨라졌다. 입을 풀고, 표정을 다시 다듬고, 출연진들하고 마지막 대사들을 맞추어 본다. 집중하고 또 집중하는 모습이 실제 녹화보다 더 엄숙하다. "노래를 아주 잘하신다고 들었어요." 연습하는데 끼어들어 한 마디를 던졌다. 그녀의 라이브 실력은 트로트, 가요, 발라드 등 장르를 넘나든다.

"가수로 데뷔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개그우번이 가수로 변신하기란 쉽지 않네요. 기회가 오면 꼭 음반을 내고 개성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노래 연습도 성대모사 이상으로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일까. 강 씨의 세자매 모두 탁월한 개그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3분 차이의 일란성 쌍둥이인 동생 강승희 씨는 개그콘서트 '뒤풀이 개그 코너'에서 뛰어난 성대모사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강 씨 역시 큰언니의 개그우먼 시험 상대역을 해주면서 합격했을 정도라고.

여자 개그맨으로서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아서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방송에서 표현되는 이미지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속상하죠. 웃음을 주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망가질 수 있는 것이 개그맨이지만 평상시에도 늘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강주희라는 사람자체를 보시고 평가해 주셨으면 해요."

후배 개그우먼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그녀도 남다른 개그철학을 말한다.

"개그를 생계형으로 하는 후배들이 있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활동을 하면서 생활에 보탬을 될 수 있겠지만 개그맨으로서 근본적인 철학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오래 버티질 못해요. 많은 후배들이 진정한 개그를 하기 위해서 더 즐기고 노력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웃음은 정말 무서운 무기잖아요."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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