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을 만난 TV, 너 못하는 게 뭐니?

내년부터는 TV 시청 패턴에 일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꿈의 미디어'라고 일찍부터 기대를 받아온 IPTV가 오랜 진통 끝에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IPTV는 TV 시청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TV, '바보상자' 오명 벗는다

쉽게 말해 IPTV는 인터넷과 연결된 TV다. 전파를 수신하는 안테나 또는 케이블 선과 연결돼 있던 TV 수상기 뒤에 인터넷 전용선이 꼽히는 것이다. 연결된 인터넷망을 통해서는 각종 영상 프로그램과 멀티미디어 데이터 등이 쌍방향으로 오고 간다.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통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볼 수 있고 지상파 방송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IPTV 서비스가 본격화될 내년의 한 가정 풍경을 미리 찾아가 보자.

맞벌이 주부 K씨는 드라마광이다. 잦은 야근 때문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IPTV에 가입한 뒤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편한 시간대에 한꺼번에 내려받아 즐긴다. 고화질, 5.1 채널 고음질로 영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쁜 일정 때문에 영화관을 찾을 짬을 내기 어려운 K씨는 IPTV를 통해 최신 영화를 감상한다. 감상료는 동네 DVD점에서의 대여료 정도. 개봉한 지 시간이 좀 지난 영화는 무료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입은 옷이 마음에 든다. 리모컨을 조작하니 옷을 만든 메이커 사이트에 연결된다. 정보를 확인하고 주문을 하기도 한다. 웬만한 e메일은 PC를 켜지 않고 IPTV로 확인하며 주식거래·계좌이체도 하며,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심지어는 신문도 IPTV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텍스트 형식의 기사가 아니라 종이신문 형태 그대로 편집된 신문을 리모컨 조작을 통해 보고 읽을 수 있다. 매일신문을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이 KT의 메가TV를 통해 이미 서비스되고 있다.

관련 법 규정 및 업계 이해가 엇갈려 수년간 서비스 도입이 표류했던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이미 IPTV와 관련된 신개념 서비스들이 개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IPTV를 통해 구글맵 확인하기, 비행기 시간 검색, 날씨 예보, 휴대폰 및 인터넷과의 동영상 공유 등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

◆IPTV 왜 늦어졌나

적어도 인터넷 및 IPTV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IPTV를 둘러싸고 그동안 통신업계와 방송업계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3년 이상 관련법의 제정이 늦어졌다. 그만큼 IPTV의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이해가 충돌해 온 것인데 이 같은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나마 IPTV 서비스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지난 20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 법안'(가칭)이 국회 방송통신특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부터다.

그동안 "IPTV가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이 법안은 IPTV를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데이터, 영상, 음성, 음향 및 전자상거래 등의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송'으로 정의했다.

아울러 KT나 하나로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 IPTV 전국 사업권을 부여하되, 독점적 사업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전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한 사업자의 점유율이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했다. 또한 전국 77개 권역으로 나뉘어져 케이블TV 사업을 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어느 정도 보호하기 위해, IPTV 도입 법안 시행후 1년 동안은 시장 점유율이 5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견제 장치를 두기로 했다.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가 기간통신 사업자의 망을 사용하더라도 차별할 수 없도록 했다. 예컨대 하나TV 가입자가 KT의 초고속인터넷망인 메가패스를 사용하더라도 KT가 차단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 법안은 연말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업계는 이번 법안이 '공룡' 사업자인 KT나 하나로텔레콤 등에게 특혜를 준 졸속 법안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어 변수가 되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IPTV가 뭔가요?

▷IPTV란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약자입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인터넷에 연결된 TV라고 보면 됩니다. 지상파 방송이 전파 또는 케이블망을 통해 프로그램을 각 가정에 전달하는 방식인데 반해, IPTV는 인터넷 전송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합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보는 주문형 비디오(VOD)를 비롯해 지상파 실시간 방송 이외에도 e메일 송·수신, 인터넷 접속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IPTV를 통해 가능해집니다. 이론적으로 서비스 가능한 채널 수가 1천 개에 이릅니다.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하나TV나 메가TV가 IPTV인가요?

▷KT와 하나로텔레콤이 각각 서비스하고 있는 메가TV와 하나TV는 IPTV의 전 단계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IPTV의 요건인 실시간 방송이 아직 서비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용어로 하나TV와 메가TV는 TV포털이라고도 불립니다. 지난 20일 국회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법안'(가칭)이 통과됨에 따라 하나로텔레콤과 KT는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자사 서비스에 포함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데이콤도 IPTV 시장 진출을 전제로 다음달 중 실시간 전송을 뺀 VOD 형식의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입니다.

-IPTV는 케이블TV와 어떻게 다른가요?

▷현재 가정에서 가장 많이 접하고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케이블 TV는 IPTV와 완전히 다른 성격의 매체입니다. 케이블TV의 경우 VOD 서비스가 불가능하고 쌍방향 데이터 서비스도 안됩니다.

그러나 케이블TV업계가 서비스를 시작한 디지털 방식의 케이블TV(서비스명 DV)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이론적으로 디지털 케이블TV는 VOD, 쌍방향 데이터 송·수신 등 IPTV가 갖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IPTV 업계와 케이블TV 업계 간의 치열한 안방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IPTV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메가TV, 하나TV와 같은 IPTV 서비스에 가입해야 합니다. 일반 인터넷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광랜 같은 초고속 인터넷을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IPTV의 경우 제공하는 채널 가운데 고화질 즉 HD급 채널이 여럿 있기 때문에 초당 수십 Mb(메가비트)의 데이터를 원활히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에 TV를 연결시켜야 끊김 없는 고화질을 화면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TV 수상기에 맞게 변환시켜주는 셋톱박스도 필요합니다. 현재 메가TV와 하나TV의 경우 월 이용료는 셋톱박스 임대료를 포함해 1만8천~2만2천 원(무약정인 경우) 정도입니다. 최신영화 등 고급 콘텐츠의 경우 VOD 방식으로 유료(편당 또는 월정액)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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