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한판 승부에 쏠려 있다. 하지만 이 한판 승부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 한편에는 어둠이 짙다. 정책대결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입후보 등록을 앞둔 시점에서 온 국민의 이목은 대통령 후보들이 아닌 검찰을 향해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온 국민의 관심이 兵風(병풍)에 쏠려 있더니 이번 선거에서는 이 관심이 BBK로 옮겨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 후보자나 정당의 입에서 나오는 것도 정책에 대한 논의라기보다는 온갖 의혹에 대한 해명과 반박, 재반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대결의 실종이 지역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후보자의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확인하고 지방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지역민들은 이때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지역 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쐐기를 박아둘 필요가 있다. 대개의 대통령 후보자들은 표가 더 많은 수도권을 의식, 지역균형 발전 문제에 대해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려 들기 때문에 선거 전에 표를 바탕으로 이들의 지방 분권 의지를 확인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더욱이 지금 우리는 수도권 집중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 GRDP(지역내 총생산)의 47.4%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고 면적 기준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8.3%가 몰려 살고 있다.
2007년도 미 포춘지가 세계 500대 기업의 본사 소재지를 발표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총 14개 기업 중 10개가 서울에, 성남에 2개가 위치해 있다. 수도권 비율이 86%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도 워싱턴에는 단 한 개의 500대 기업도 없다. 세계 최대 도시라는 뉴욕조차 45개로 미국 전체의 27.8%에 불과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는 5.4%, 영국은 63.6%, 프랑스는 74.3%, 일본은 74.6%로 수도권 집중도는 우리나라가 가장 심하다. 그럼에도 프랑스와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파리집중억제 정책, 런던과밀억제 정책, 동경과밀 해소책 등을 수립,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펼쳐 오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1960년대부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수립 추진해 왔고, 일본은 1988년부터 동경 일극 집중의 해소와 다극분산형 국토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역균형발전은 정권과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 후보자들의 지역 균형개발에 대한 인식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현직 대통령이 나서 균형발전에 대해 확실하게 지지해 주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누구이든지 간에 한 표도 찍지 말라는 주문을 서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야심차게 지방분권과 지역균형개발을 추진해왔던 참여정부의 퇴진도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말기까지 왔지만 지방분권 국토균형개발 정책은 물론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발의한 2단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균특법)의 개정안에 대한 논의마저 슬그머니 중단됐다. 참여정부의 퇴조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지방분권 정책들 또한 뒷전으로 물러앉게 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새 정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어떤 후보자로부터도 지역균형개발에 대한 담보를 얻지 못한 채 차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지방균형 발전과 국토균형개발 의지를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이럴 때 ★啄同時(줄탁동시)란 사자성어를 생각해 본다. 이는 계란이 부화해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과 그 순간 어미닭이 바깥에서 부리로 계란을 쪼아 깨트리는 啄이 절묘하게 일치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역민들이 대선이라는 절묘한 시기를 맞아 후보들에게 바람직한 지역균형 개발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대통령 후보들이 화답할 수 있어야 그나마 지역의 바람직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온 지역민의 촉각이 검찰로만 향해 있는 것은 흥미롭기는 하나 유감이다.
정창룡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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