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대청봉 가을여행 덕에 내 삶도 풍성해졌어요"

나는 재래시장에서 28년째 건어물 가게를 하고 있는 멸치 아줌마입니다.

긴 세월을 시장에서 보내다 보니 일요일 당일 가까운 여행지는 다녀와도 설악산까지의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 꿨었지요.

내 나이 50대 중반 더 나이가 들면 열두서너 시간의 산행은 힘들 것 같아서 건강할 때 한번 다녀오리라고 생각하고 올 여름부터 가게를 찾는 손님들께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 있으면 나도 한번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다행히도 달빛도 아주 밝은 지난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 무박 코스의 산행팀에 합류해서 대청봉을 올랐지요.

토요일 오후 7시에 대구에서 출발해서 오후 11시부터 시작한 우리 산행은 대청봉을 거쳐 봉정암에 이를 때쯤에는 아침해가 뜨기도 했었지요.

꿈에 그리던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는 낙엽이 다 떨어지고 백담사 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비를 맞으며 나 혼자 걸어보는 설악의 계곡 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답니다. 가을 산을 마음껏 즐기며 많은 생각을 하며 원도 한도 없이 많이 걸었지요. 하산 길. 백담사에서 만난 단풍은 만산홍엽, 형형색색, 예쁜 단풍들이 우리네 인생에 비교한다면 꼬옥 내 나이일 것 같았답니다.

큰딸 출가하여 백일 된 외손자 방긋방긋 웃음 지으며 옹알이하고요. 대학 졸업반인 막내 아들도 좁디좁은 취업문 통과하여 입사하게 되었고요. 어렵다는 재래시장에서도 손님들께 최선을 다해 양심껏 상거래 했더니 이사 간 단골들도 잊지 않고 나를 찾아주니 정말 내 인생이 곱게 물든 단풍처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같았으면….

이 계절도 이 나이도 내 위치도 올 가을에 다녀온 설악산 산행은 내 평생에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가을여행이겠지요.

김영순(대구시 서구 평리3동 서구시장 마산 건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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