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번뇌와 고달픔도 다 버리고 함께 근무하는 동료 직원들과 설악산으로 며칠 전 가을 여행길에 나섰다.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빛 고운 휴게소에 들러 향기로운 가을 커피를 음미하고 호흡을 챙겨 멀리 단풍으로 물든 강원도 어느 능선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 원주 지나 홍천으로 접어드니 전방 맛이 난다. 군용 트럭이 자주 목격되고 훈련 대열의 탱크들이 길을 차지하여 길게 느릿느릿 길을 막는다. "엄나나! 군인 아저씨다. 누나는 잘 있단다"
유행가 가사를 다시 엮어보면서 봉고 맨 뒤 좌석에서 김성미 선생님이랑 이해숙 선생님이 창가로 손을 흔들면서 재잘댄다.
"내 동생도 군에서 저렇게 훈련 잘 받겠제" 내년 춘 삼월이면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병영 일기를 쓰게 될 총각 선생님을 위한 위문 공연 팬클럽을 만들거라고 다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누나 김밥 같던 새댁은 그들을 위한 팬클럽 회장을 스스로 맡을 거라고 한다.
설악산을 오르다. 예쁜 미소가 가을빛 단풍처럼 정다운 젊은 선생님들의 낙엽 밟는 사그락 소리 들린다. 상큼한 미소가 더욱 곱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을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어마나! 설악의 비경이 화려한 부활로 다시 붉게 산등성을 휘감고 돌아간다. 낙산사를 돌아 보다. 몇 해 전 강원도 대 산불의 엄청난 재앙으로 타버린 흔적을 차차 말끔히 복구하고 있다. 부처님 자비가 현세에 돌아오기에 불과 몇 해 만에 복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의상대에서 동해 푸른 물결을 바라보고 다시 언덕을 오르니 자비로운 부처님이 동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해수관음상은 뉘 얼굴일까? 굵은 눈썹 오똑한 콧날, 엷게 벌린 듯한 살폿한 미소...... "머리결 고운 한 선생님의 모습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니예요, 아네요" 한 선생님은 옆얼굴에 머리카락 쓸어내리며 손사래 친다. 어찌 자비로움 닮았다면 모르는 척 눈감고 그냥 바람결에 날려 보내도 되련만 구지 손사래 치고 흔드는 까닭은 무얼까?
속세에 찌든 중생의 눈으로 보면 자비로움을 깨달을 수 있으랴 마는 느릿느릿 넘어가는 구름 너머로 보잘 것 없는 한줌 티끌 같은 우리 인생 아닐까?
가족 같은 동료 직원들과 함께한 여행으로 느긋함과 충만함을 느끼다보니 준비해온 간식들을 먹지 않아도 이미 배부르다. 그렇다. 계절의 정취를 모르게 지날 수 있으랴.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 같은 가을 산사에는 풍경소리 간데없다. 요즈음 인기 드라마 1위인 대조영 촬영장을 둘러보다. 멀리 울산 바위를 배경으로 한 세트장은 마치 중국 중원을 배경으로 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듯 하다. 김밥 같은 누나라 별명하면 지나침이 있을까? 아무래도 귀엽고 정겨운 조그만 얼굴에 누나 같은 김밥으로 젊은 동생들 맘 다독이고 녹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느낀다. 신흥사 먼 울산 바위 뒤로 햇살이 비친다. 수채화일까? 한국화 풍경일까? 연신 가을 풍경을 카메라로 담는다. 올 가을은 가슴에 아름답게 새겨졌다. 설악의 아름다운 단풍, 자신의 푸른 정열(푸른 잎)을 다 태워 단풍으로 변해 이제는 자신을 버리고 빈손으로 훌훌 털고 가겠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비우고 떠나는 자연의 섭리의 지혜를 나는 왜 배우지 못하고 떨쳐버리지도 못하고 아둥대는지 모르겠다. 올 가을 설악산 가을 여행은 그 어느 때 보다 짧은 여정 긴 추억으로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오현섭(경북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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