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주문하라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패스트푸드에 관해 알고 싶지 않은 모든 것- / 에릭 슐로서·찰스 윌슨 지음/ 모멘토 펴냄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햄버거와 프라이드 치킨 등 패스트푸드를 사달라고 조르는 등쌀에 한 번쯤 실랑이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패스트푸드가 해롭다고, 더 맛있는 외식을 하자고 제안해도 아이들은 막무가내다. 그래서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패스트푸드는 좋지 않으니까 많이 먹지는 말아라."이다. 패스트푸드의 진정한 실체는 모른 채….

햄버거는 1885년 10월에 탄생했다. 미국 위스콘신 주의 한 지역 축제에서 용돈벌이로 미트볼을 팔던 찰리는 손님들이 그걸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데 불편해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문득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미트볼을 짓이겨 빵 두 쪽 사이에 끼우면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잖아. 햄버거는 이렇게 세상에 첫 모습을 나타냈다.

외판원 출신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를 인수해 세계적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성장시킨 비결은 프랜차이즈(체인점 영업권) 계약의 새로운 방식 덕택이다. 바로 '똑같음'이 글로벌화의 동력이었던 셈이다.

'획일성'은 패스트푸드 산업의 식당 주방을 작은 음식공장으로 변모시켰다. 버거, 닭고기, 감자튀김은 모두 냉동 상태로 매장에 도착한다. 셰이크와 음료는 시럽 상태. 조리과정은 미숙련 파트타임 10대가 수행하기에도 간단하다.

"데우고, 모든 것에 물을 타라. 그러면 음식이 완성된다."

패스트푸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과 향을 지녔다. 비결은 간단하다. 맛과 향, 색깔을 결정하는 것은 합성된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첨가제 하나하나는 먹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첨가제가 든 음식을 자주 먹을 경우의 안전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양한 화학적 첨가제가 든 식품이 아이들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충격적인 폭로는 계속된다. 햄버거가 될 소들은 도살되기 전 3개월 동안 도축장 부근 비육장에 수만 마리씩 수용되어 살찌게 하는 특수 곡물을 먹인다. 피부 아래에는 성장호르몬이 이식된다. 이들의 배설물을 담은 웅덩이는 거대한 호수를 이룬다. 도축장에서는 노동자 한 명이 시간당 60마리 소의 내장을 떼 낸다. 오염과 감염의 위험성은 경악할 수준이다.

햄버거를 먹고 배탈이 났다. 매장의 햄버거를 조사한 결과 O-157균에 감염된 덜 익힌 고기 탓이었다. 그러나 더 간단한 설명이 있다. 도축장에서 고기에 똥이 묻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용 닭의 이야기도 끔찍하다. 가슴이 크고 초고속으로 성숙하도록 개량한 패스트푸드용 닭의 사료는 무엇이든 싸게 치이는 것으로 만든다. 때로는 닭 도살장에서 나온 부스러기 살, 지방, 피와 뼈가 섞여 닭이 닭을 먹게 만든다. 소가 소를 먹는 사례는 '광우병' 파동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닭이 닭을 먹는 사태가 계속되면 '광계병' 공포가 인류를 휩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120개 국에 3만 1천 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맥도날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패스트푸드는 맥도날드와 얼마나 다를까. 저자는 말한다. "패스트푸드를 사 먹는 행위의 파급효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그런 다음 주문을 하라. 아니면 돌아서서 나가라. 아직 늦지 않았다." 240쪽, 1만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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