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성서캠퍼스 행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국보전에는 중국 대륙 39개 박물관에서 엄선해 출품한 한나라에서 당나라까지의 국보급 유물 325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문물이 중원지역의 중국인들 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국 주변의 여러 민족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오호십육국이 명멸하던 중국의 남북조시대가 문화적으로 암흑시대가 아니라 당나라의 수준 높은 국제적 문화 형성에 기틀이 된 시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변방민족의 문화가 중국으로 들어오고 그들의 지리적 지식과 교통망이 훗날 중국인의 지식이 됨으로써 실크로드 등을 통한 동서 간의 활발한 문화교류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 주변의 여러 민족의 커다란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전시회에는 무덤을 지키는 사자와 비슷하게 생긴 조각상, 말을 탄 사람들과 마차를 포함한 행차유물, 마왕퇴무덤에서 나온 정교하고 화려하고 얇은 비단옷, 작은 금알갱이를 누금기법으로 정교하게 붙인 금제 허리띠 등 한나라시기의 유물과 경주의 신라고분에서 출토되는 비단벌레의 날개로 장식했던 말안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북방 선비족의 말안장, 중국 각지에서 나온 로마양식의 유리제품들, 경남 의령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하는 연가7년명(서기 539년) 고구려 금동불상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북위의 금동불상, 북위의 도교인물상, 황남대총의 봉수형병과 같이 생긴 은제봉수형병과 청자봉수형병, 갈기를 휘날리며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사자모양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 당나라 때의 진묘수, 1천 년 이상을 엎드린 자세로 있는 당 현종의 형인 이헌의 무덤에서 나온 인물상, 그리고 나말여초 시기인 중국 오대의 풍휘묘에서 나온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28명의 악사상 등 실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물의 다양성과 높은 수준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원전 2세기경에서 기원후 9세기경까지의 중국 문물의 정수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중국국보전을 보아야 하는 첫째 이유이다. 그리고 중국에 이 유물들이 돌아가고 나면 중국 각지를 돌아가면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자리에서 유물을 볼 기회가 평생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전시회를 보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전시회에 출품된 유물에는 신라의 불상발달사에 영향을 미친 중국불상들, 신라고분에서 출토된 로마양식의 유리그릇과 유사한 유리그릇들, 그리고 공주 무녕왕릉 출토품과 기본적으로 맥을 함께하는 중국 남조유물 등이 출품되어 중국 유물을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유물과 비교해 보면서 우리나라의 고대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전시를 보아야 할 세 번째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대문화뿐만 아니라 영남지역 향토문화의 이해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이 이 전시를 보아야 하는 네 번째 이유이다. 또 의상대사와 혜초 그리고 고선지 등 고대의 우리 조상이 보았던 중국 문물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과 양귀비가 살았던 당나라시기 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전시를 관람해야 하는 다섯 번째 이유이다.
다양하고 눈부신 중국문화를 대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 새롭게 바꾸며 창의력을 발휘했던 우리 조상의 지혜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전시를 보아야 하는 여섯 번째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대구에서 좋은 전시의 성공적인 개최로 앞으로 다양한 전시들이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대구문화를 활성화함으로써 KTX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이러한 전시를 보아야 하는 시간과 경비 상의 수고를 덜게 해야 하는 것이 이 전시를 보아야하는 일곱 번째 이유이다.
어쩌면 고대의 우리 조상도 중국 한나라와 당나라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FTA라는 새로운 정치·사회·경제·문화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한나라와 고조선의 전쟁 그리고 당나라와 신라와의 전쟁 등이 바로 숨이 가쁘도록 급박하게 전개되던 새로운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문물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함으로써 우리 문화를 발전시켰던 지혜를 우리 조상이 발휘했는데 이점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국보전은 대구에서의 전시가 끝나면 부산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대구전시가 부산전시보다 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역사문화도시로서의 대구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국보전 대구전시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와서 중국의 고대문물을 감상하는 즐겁고 흥미진진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볼 것을 다시 한번 권하고 싶다.
김권구(계명대 행소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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