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은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악기입니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이 같은 색소폰이라 하더라도 연주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납니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대구시 북구 관음동 한신1차 아파트 상가 지하연습실로 모여드는 '온누리색소폰동호회(cafe.daum.net/onrs)' 회원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함께 어울려 앙상블을 이루며 한 주 동안 연습해온 곡들을 신나게 부를 땐 흥이 절로 난다.
색소폰과 함께 할 때만은 스트레스를 모른다. 온누리색소폰동호회가 결성된 것은 지난 3월. 대구보건대학 배성득 사무처장의 색소폰에 대한 갈망(?)이 계기가 됐다.
"중학생 시절, 교회 선배 한 분이 색소폰을 연주했는 데 얼마나 멋있든지 반드시 배워보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고교에 진학하자 밴드부에 가입 신청을 했죠. 하지만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습니다. '쓸데없는 짓 말고 공부나 하라'고 했습니다."
배 처장은 그 이후 30여 년 간이나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해 색소폰을 배울 기회가 없었지만, 틈만나면 "색소폰을 하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부인이 거금(?) 150만 원을 들여 뜻밖에도 색소폰을 선물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도 됐다."는 격려까지 곁들이면서···.
당장 인근 음악학원을 찾은 배 처장은 그곳에서 혼자 색소폰을 배우고 있던 김언양(온누리색소폰동호회 회장) 씨를 만나고,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배워보자는 데 의기투합해 지도선생으로 김승배 씨를 모셨다. 김승배 씨는 밴드 사피언스의 마스터를 24년 간이나 지낸 베테랑. 자칭 '색소폰 전도사'로 나선 배 처장과 김 회장은 주위 사람들에게 색소폰을 배울 것을 권유했고, 지금은 직장인·택시기사·대학교수·의사·사진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2명으로 회원이 늘었다.
"색소폰은 보통 솔로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우리는 소프라노·테너·알토 등 다양한 색소폰을 사용해 앙상블로 연주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승배 선생이 직접 편곡해서 연습하는 만큼, 아마추어치고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랑합니다."
지난 6월에는 강북열린음악회에 첫 출연했고, 8월 칠곡옻골축제 때는 개막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계절에 어울리는 가요에서 팝·라틴곡까지 갖춘 다양한 레퍼토리와 보기드문 색소폰 앙상블은 시민들의 큰 환호를 받았고, 자신감도 조금 생겼다. 색소폰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온세상에 퍼뜨리기 위해 온누리색소폰동호회 회원들은 오늘도 신나게 색소폰을 부른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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