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는 여러 측면에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은 티베트가 중국에 점령당한 이후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이자 민족적 지도자인 현 달라이 라마의 오랜 인도 망명살이와 티베트 망명 정부에 대한 연민 어린 관심이다. 또 하나는 活佛(활불)사상과 그것을 뒷받침시키는 '幻生(환생)' 관념이다.
달라이 라마는 죽기 전에 次次期(차차기) 달라이 라마가 어느 곳에 태어날지를 유언으로 남긴다. 달라이 라마 사후 예언된 지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복잡한 시험과 계시를 통해 진정한 환생자를 가려낸다. 또한 앞서 선출돼 수업을 받고 있던 판첸 라마가 달라이 라마의 법통을 잇는 방식이다.
14대 달라이 라마는 1959년 티베트의 독립시위가 중국 정부에 무력진압된 뒤 인도로 망명, 그곳 다람살라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다. 올해 72세.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의 한 명으로 추앙받고 있는 달라이 라마가 지금 중국 정부와 후계자 선출 방식을 놓고 갈등에 휩싸여 있다. 달라이 라마가 일본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환생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 있는 동안 후계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고승들이 차기 달라이 라마를 민주적으로 선출하거나 자신이 직접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중국 정부가 "티베트 불교 전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700여 년 전통을 거스르려는 달라이 라마. 그의 고뇌는 바로 티베트인의 정신까지 장악하려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정부가 자신의 사후 후계자 선출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현재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가 될 판첸 라마는 두 명이다. 한 명은 달라이 라마의 예언에 의해 선발된 어린아이, 또 한 명은 티베트 불교 어용 조직이 임명한 판첸 라마다. 중국은 최근 티베트 불교가 달라이 라마의 차기 후계자인 판첸 라마를 지명하려면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새 규정을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언젠가 있을 14대 달라이 라마의 죽음은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엄청난 갈등의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어쩌면 지금 600만 티베트인들은 14대 달라이 라마가 長壽(장수)하기만을 기원할지도 모른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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