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이란 긴 글을 읽고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찾아 간단히 정리하는 것이다. 요약하기는 학생들의 독해능력(핵심개념 찾기 능력, 정확한 자료 해석 능력, 제시문 저자의 의도 이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유형으로, 거의 모든 대학의 논술에서 (1)번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1. 위 세 제시문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시오. (200자 이내) (서울대 2008 모의)
1. 아래의 세 의 논지를 각각 요약하시오.(성균관대 2008 모의)
1. 의 필자가 말하고자 한 것을 요약하시오. (분량: 100자±10자) (숙명여대 2008 수시)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요약 과정을 보면 1. 끝까지 읽는다. 2. 형식문단마다 중심문장을 찾는다. 3. 중심문장을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해 애쓴다. 로 유형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다보면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게 되고(출제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인데),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대, 고대의 경우 5천~5천 자 가까이 되는 장문을 제시하고는 300~400자로 요약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이런 문제는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가 없다.
실전 연습을 해 보도록 하자. 다음은 성균관대 2008년 모의 논술의 일부분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중 하나를 소개하고 있는 글이다.
역사란 유전자처럼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집단적 삶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억장치다. 기억이란 유전자 정보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과거의 잔상들이거나 그것들을 임의적으로 조합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나'라는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기억이라면, 우리의 집단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역사다. 기억 상실증에 걸리면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되는 것처럼, 한 민족이 자기 역사를 빼앗기면 신채호나 박은식의 말처럼 국가의 혼과 정신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사란 나의 기억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누구인가? 누가 우리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역사다. 우리의 기억이 역사가 되면서 동시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역사가 정의한다는 것은 순환논법이다. 기억하기 위해 역사를 쓰는가 하면, 역사를 통해 기억이 만들어진다. 기억과 역사 가운데 무엇이 우선하는가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을 벌이는 것과 같다.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일단 둘 가운데 어느 하나를 출발점으로 해서 사고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드러나는 진실은 우리의 기억이 역사가 된다기보다는 역사가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코드라는 것이다. 역사라는 코드는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자연적 유전자가 아니라 교육에 의해 주입된 '문화적 유전자'이다. 미국의 역사가 월리엄 맥닐 말대로 '인간을 진정한 사회적 동물로 만드는 것은 집합적 기억으로서 역사'라는 '문화적 유전자'다.
그렇다면 역사학에서 문제는 사회적 기억으로서 '문화적 유전자'를 누가 어떤 식으로 조합하고 구성하여 교육을 통해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이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썼듯이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한 사회 내에서 또는 국제관계에서 어느 한 집단이거나 특정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지배자가 되고자 할 때 일차적으로 날조하는 것이 역사라는 내러티브다.
역사란 유전자처럼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집단적 삶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억장치다. 기억을 위해 역사를 쓰기도 하고, 역사를 통해 기억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엔 역사는 교육에 의해 주입된 '문화적 유전자'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는 새롭게 지배하고자 하는 자가 날조하기 쉽다.
(논리 전개 유지형 : 제시문 논리 전개에 따른 문단별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서술. 요약이라기보다는 발췌에 가까운 것으로, 논점이 부각되지 않고 핵심은 없고 산만해진다.)
이 글은 역사의 정의, 역할, 특성을 다룬 글이다. 역사는 일종의 사회적 기억장치로, 구성원들에게 동질감과 정체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새로운 지배자가 되려는 집단이나 국가는 사회적 기억인 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하여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애쓰게 된다. 역사는 고정불변의 자연적 기억이 아니라 구성되고 조합하고 교육받아 형성된 인위적이고 문화적인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대상-주장-근거형 : 제시문에서 다루는 대상?, 주장, 근거 및 부연 설명을 정리하여 서술. 글의 핵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며, 단어 중심 인용이기 때문에 표절의 느낌이 적다.)
역사는 고정불변의 자연적인 사실이 아니라, 특정 관점과 의도에 의해 재구성되고 조합된 사회적인 기억이다. 한 개인의 기억이 임의적 구성의 결과물인 것처럼 사회적 기억인 역사도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재편성된다. 특히 새롭게 지배자로 등장하는 세력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역사를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이유는역사를 구심점으로 구성원의 정체성과 동일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논지-논거형 : 제시문에 나타난 논지와 논거를 분석하여 그 내용을 서술, 두괄식이 유리하며 출제자가 다루고자 하는 중심 논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세 가지 요약의 유형(명칭은 동아이지논술에서 인용함)을 연습해 보았다. 제시문에 따라 다르겠지만 200∼300자 요약은 두괄식이 좋다. 말하고자 하는 논점이 정확히 드러나고 제시문 이해정도를 바로 확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요약이란 장황한 글을 줄여 논거를 찾고, 그 논거에서 주제를 뽑아 한 줄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요약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1. 말하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가 2. 대상의 구체적인 무엇을 거론하고 있는가 3. 그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의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요약할 때 주의할 점을 정리해 보자.
* 제시문의 구절이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는다.
* 밑줄 긋기를 할 때에는 꼭 주어와 서술어를 연계하여 긋는다. 주어가 논의대상이고 서술어가 그에 대한 입장이거나 설명이다. 수식이 아무리 멋있어 보여도 과감히 괄호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 문장 통째로 밑줄 긋기보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 중심으로 글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 요약에는 자신의 감상과 의견을 써서는 안 된다.
* 구체적인 사례가 나온 것은 그대로 쓰지 말고 개념어로 바꾸는 것이 좋다.
요약하기를 연습하는 데는 언어 영역 비문학 지문이 최고로 좋다. 비문학을 풀 때 일차로 문제를 풀고, 다시 한 번 읽고 '논의 대상 -구체적인 논의의 요소-입장'을 찾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답지에 나와 있는 글의 요지와 주제를 자신의 요약과 비교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웬만한 논술 교재보다 더 낫다. 마당 쓸고 동전 줍고, 비문학 성적 오르고 논술 준비하고. 아자!!!
이금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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