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에서 길을 가는 사람,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아는 기업이 있다. 나이키 운동화를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하고 있는 '태광실업(주) 비나'이다. '비나'는 베트남이라는 뜻으로 태광실업 베트남공장이라는 얘기다.
호치민시 중심지에서 한 시간 거리의 동나이성 비엔화시 비엔화 제2공단 내 20만 8천㎡부지에 위치한 태광 비나는 종업원 1만 6천500명(부품공장 포함)을 두고, 매달 100만 켤레의 나이키 신발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995년 7월 직원 6천여 명으로 제품 생산에 들어간 태광 비나의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출실적은 7천800만 켤레, 14억 200만 달러에 이르며, 올해 수주량만도 890만 켤레 1억 6천500만 달러나 된다. 2003년 외자기업 수출 1위에 오르기도 한 태광은 2개월 전 베트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내 외국투자기업(13만 개)에 대해 자질·능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상위 200대 기업 중 18위에 올랐다.
◆내부로는 신뢰, 외부로는 지역협력
대기업도, 종합상사도 아닌 제조업체 태광이 베트남에서 이처럼 성공하고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13년 전 투자를 시작했을 때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베트남에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10여 년을 거치면서 성공한 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사업영역을 부동산 개발 및 골프장 건설 등으로 확대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태광이 공장 가동 3년 만에 투자비를 완전 회수한 이래 매년 큰 폭의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태광의 대직원 및 지역 친화정책 때문이다.
한국의 인력난을 피해 베트남으로 온 태광은 외국인 투자기업 최초(96년 11월)로 노조가 설립되면서 바짝 긴장했지만 매달 열리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쟁점사항을 미리 해결하고, 물가수준에 맞는 지원과 함께 복리후생 및 환경개선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근로자 평균 연령이 26세(90년대엔 18~20세)로 연간 1천 명이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 분기별 수질검사, 사내 의료시설(치과 포함) 완비, 정기 건강검진, 작업실내 공기질 개선 등 건강·위생·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또 무료 노동법·영어·위생교육에다 전 근로자 사회·의료보험 적용, 무이자 사원 대출제(현재까지 1천여 명에게 20억 동 대출), 연 평균 150%에 달하는 보너스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점심식사는 무료로 제공한다.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주어지는 점심시간에는 근로자들이 10~20분 만에 1국3찬식을 먹고난 뒤 공장 내 바닥에 줄을 지어 낮잠을 자는 모습은 이색적이다.
태광 비나 유재성(60) 사장은 "근로자 절반 이상이 8년 이상 장기근속자라는 점은 그만큼 후생복리가 잘 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면서 "특히 식사는 노사 간 쟁점 사항이 될 수도 있어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출발 당시 노동생산성이 한국인의 60%선에 그쳤지만 현재는 100%에 도달한 상태다. 하이텍이 필요한 '러닝 슈즈'만 생산하고 있는 태광은 최근 나이키(전 세계 47개 공장에서 월 3천만 켤레 생산)의 성장으로 인해 매출은 11%, 생산량은 8%선을 차지하고 있다.
태광의 지역사회 공헌도는 근로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태광이 1995년부터 지금까지 지역의 사회간접시설 확충에 투자한 돈은 300만 달러. 외자유치 지원, 유치원 건립, 전쟁유공자 집 건립(80채), 백내장 무료시술, 수재민 돕기, 한인학교 발전기금 지원, 어린이 공원 및 놀이터 조성 등 기업이윤의 발 빠르고 폭넓은 환원으로 인해 정부는 물론 지역사회, 주민들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쌓았다.
처음으로 30만 달러짜리 유치원을 건립하자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정부에서조차 놀라는 눈치였다는 것. 베트남에서 외국투자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하는 태광의 응접실에는 베트남의 당서기장, 대통령, 총리, 국방·외교장관 등 고위급 간부들은 거의 다녀갔다.
이렇듯 태광이 충실한 기업활동으로 매년 수출량을 늘려 베트남의 국위를 높이자 베트남 정부는 2000년 사주인 박연차 회장을 외국인 최초로 명예 총영사로 임명하고, 2006년 10월 동나이성 우수기업상, 2007년 1월 사회복지활동 기업 금상, 2004년 베트남경제지 선정 황룡상 등을 줘 기업과 사회공헌 활동에 힘을 실어줬다.
태광은 호찌민과 김해 간 직항로를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기업의 힘, 경제논리가 한 나라의 항공정책을 바꾼 것이다. 2001년 당시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항공이 "경제성이 없어 노선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태광 측이 "이익이 없을 경우 적자를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자 노선을 개설했다. 유재성 사장은 "노선 개설 당시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결항하면 모두들 태광으로 전화를 할 정도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면서 "처음엔 관련업무를 태광에서 봤지만 6개월 후 정상화된 후부터는 베트남항공사에 운영권을 넘겨줬다."고 말했다.
◆사업확장
태광은 13년간의 베트남 신화를 바탕으로 태광 비나에서 5분 거리의 로테코공단 인근에 2008년 3월 가동 목표로 23㏊ 규모의 제2공장(1천200만 달러)을 건설 중이다. 제2공장이 건설되면 추가로 월 100만 켤레를 생산하게 된다. 또 2억 9천만 달러를 투입, 동나이성 연짝시에 아파트·빌라·병원·학교·공원 등을 낀 50㏊ 규모의 주거단지 건설도 추진하고 있고 2008년 10월 개장 목표로 3천만 달러를 투입(아파트 및 골프텔 투자금 제외)해 85ha 18홀 규모의 골프장에다 아파트와 골프텔, 선착장 등을 건설하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30억 달러를 투입, 태광비나와 계열사인 휴켐스, 한전과 컨소시엄으로 3천㎿급 화력발전소를 베트남 남부지역 250㏊에 건설한다는 대형프로젝트도 갖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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