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발행되는 10만 원짜리 고액권 화폐 주인공으로 백범 김구 선생이 결정되면서 백범에 대한 관심이 새로 일고 있다. 한국은행이 고액권 화폐 초상을 설문조사한 결과 백범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을 보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근현대 위인으로 백범을 꼽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백범은 남녀노소 통틀어 한국인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 '나의 소원'으로 백범을 처음 만나고 '백범 일지'를 통해 그의 절절한 민족애와 소박한 인간애에 감동한다. '눈밭을 앞서 가는 사람은 함부로 걷지 마라. 뒤 사람이 그 발자국을 따라가기에….'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의 뜨거운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새로 나온 책 '백범어록(김구 지음/돌베개 펴냄)'은 1945년 9월 3일 백범이 임시정부 주석 명의로 '국내외 동포에게 고함'을 발표하던 시점부터 1949년 6월 안두희에게 암살당하는 시점까지 백범의 모든 행적을 각종 신문과 잡지, 방송에서 발굴해 엮었다.
잘 알려진 대로 '백범일지'가 해방 전 독립운동의 전 과정을 백범 스스로 정리한 자료라면, '백범어록'은 해방 직후 조국이 분단될 위기에 처했을 당시 자주독립 국가 건설을 위해 분투했던 만년의 사상과 이념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항일운동에 초점을 맞춘 '백범일지'에 비해 '백범어록'이 덜 알려진 것은 분단과 통일문제를 직접 다루면서 분단 후 냉전사회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한 탓으로 여겨진다.
백범 어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설문과 편지는 노(老) 독립운동가의 격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국이 좌우로 나뉘어 대립하던 1948년 백범이 북한의 김두봉에게 협상을 제안하면서 보낸 편지 일부다. '인형(仁兄·김두봉)이여, 우리가 우리의 몸을 반쪽으로 나눌지언정 허리가 끊어진 조국이야 어찌 차마 더 보겠나이까. 가련한 동포들이 남북으로 흩어져 떠도는 꼴이야 어찌 차마 더 보겠나이까.'
백범은 4월 19일 38선을 넘어 평양으로 향하면서 "동족끼리 해방 이후 3, 4년 동안이나 38선이라는 국경 아닌 국경으로 말미암아 외국인의 턱밑만 쳐다보고 말을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고 격정을 토했다. 그해 4월 22일 평양 남북연석회의에서는 "조국이 없으면 민족이 없고, 민족이 없으면 무슨 당, 무슨 주의, 무슨 단체는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400여 쪽의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각 장 서문에 제시된 해제가 해당 시기의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학생들이 읽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세계화가 대세가 된 요즘, 60여 년 전 백범이 다시 읽히는 까닭은 요즘 시대에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는 탓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유력 대선 후보가 각종 의혹에 휩싸여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요즘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1.'백범어록'을 읽은 후 '백범일지'와 다른 점을 비교해보자.
2.1949년 6월 백범이 암살당할 당시의 정국 상황에 대해 정리해보자.
3.백범을 통해 바람직한 위인상과 지도자 상에 대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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