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포럼] 4대 보험의 통합징수에 바란다

정부가 제출한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통합징수를 위한 '사회보험료 부과 등에 관한 법률(이하 4대 보험 통합징수법)'이 우여곡절 끝에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22일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사회보험료의 부과 등에 관한 법률안'(통합징수 법안)이 논란 끝에 표결을 거쳐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다음달 8일로 연장된 이번 회기 중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4대 보험을 통합징수하기 위한 새로운 통합징수공단이 2009년부터 운용되게 된다.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3곳의 각기 다른 공단에 흩어져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기관의 통합을 통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따라서 이러한 4대 보험의 통합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4대 보험의 통합에 국민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조직의 슬림화에 따른 비효율의 극복, 보험료 인하에 대한 기대, 개선된 서비스, 그리고 무리없는 조용한 통합 정도가 아닐까 한다. 따라서 이러한 조직의 통합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점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통합으로 인해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분명한 로드맵을 통하여 제시하고 설득하여야 한다. 4대 사회보험이 통합징수되어도 보험료는 지속적으로 인상된다고 하면, 통합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통합되기 전의 인상률과 통합되고 난 후의 인상률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고, 통합에 따른 효율성의 증대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부담감소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을 보면, 국세청 산하에 통합징수공단을 새로 만들어 세 공단이 저마다 운영하는 적용·부과·징수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중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하자면, 4대 보험 공단은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징수기능만을 통합하여 공단을 하나 더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비용을 증가시켜 오히려 통합으로 인한 비효율성 및 국민부담의 증가로 이어지기 쉽다.

둘째, 보험료 징수의 통합 운영 역시 문제점은 상존한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징수에서 노정되어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파악 문제가 징수업무의 통합을 통해 설득력이 있을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징수업무의 통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기존의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해결하지 못하였다고 한다면, 이 역시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통합 대상이 되는 공단들의 고용불안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재 세 공단 직원 1만 8천500여 명 가운데 1만 여명이 징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신설 공단으로는 5천명만 옮겨가고, 남는 5천 명을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완전노령연금 등 이듬해 새로 시작되는 사회보험 서비스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 이들 중 수천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징수요원의 고용안정 문제는 결코 가볍게 다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넷째, 징수공단을 '국세청' 산하에 두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4대 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이며 세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OECD 28개 회원국 중 사회보험료를 국세청이 징수하는 나라는 11개 국가에 불과하며, 통합을 통한 국민 복지 증대에 대한 국민의 희망과는 조화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합에 따른 새로운 징수공단의 설치가 불가피한 것이라면, 국세청이 아닌 기존의 국민연금 및 공무원연금 등을 관할하였던 보건복지부 등과 같은 다른 부서 소속으로 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4대 보험의 통합논의 과정에서 가입자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것은 반드시 지적되어야 한다. 그간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 등의 경우에는 가입자 대표가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가입자의 목소리가 일정부분 반영되어 왔다는 점에서, 사회보험 체계에서 지켜져 온 가입자 참여원칙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점이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건강보험 통합 및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국민부담이 증가하고 보험혜택이 축소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은, 4대 보험의 통합징수가 오히려 징수율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고 사회보험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또한 올해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의 통합이 공무원들의 저항으로 인해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은 4대 보험의 통합이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통합 및 연금통합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4대 연금의 통합징수가 징수율 하락, 보험료 인상, 사회보장축소 그리고 국민 피해 가중이란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지 않도록 다시 한번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전정기 영남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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